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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삼악산 산행

등산이야기

by 솔 뫼 2025. 5. 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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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과 의암호 북한강 절경에 감탄

급경사 바위 능선길의 고달픔도 잊고 즐겨

 


두 발로 서서 오른 곳보다 두 손까지 써야 했던 구간이 더 많았던 산행이었다. 흙길보다 바윗길이 훨씬 긴 데다 서 있기조차 힘든 급경사가 툭하면 앞을 가로막았던 산. 그렇지만 그 산을 오르면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은 천하일경(天下一景)이라 해도 결코 넘치지 않을 것 같다. 높이와 장소를 불문하고 무한정 펼쳐지는 새로운 비경 앞에서 급경사 바윗길이 주는 고달픔은 느낄 틈도 없었다.
 


지난4월26일 춘천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의암댐 근처 삼악산에 올랐다. 교회 친구들 7명과 SUV차량 함께 타고 교대로 운전하며 다녀왔다. 아침 7시 잠실 종합운동장 건너편 교회마당에서 출발, 가평휴게소에서 아침 식사하고 9시10분쯤 강촌역 근처 음식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예약한 움식점 차에 옮겨타고 의암댐과 신연교를 지나 의암호반의 등산로 삼악산장 매표소 주차장으로 가서 등산을 시작했다. 상원사로 올라가는 가파른 코스 입구다.  입장료는 2,000원이지만 지역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같은 액면의 쿠폰을 받았으니 결국 무료인 셈이다. 그때가 9시반이었다.
 


나는 30년 전쯤 늦겨울에 처음으로 이 산에 온 후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두 번째 산행도 2014년2월 이었으니 벌써 11년 전의 일이다. 그 때는 가파른 경사에다 산행 며칠 전 내린 눈이 빙판을 이룬 산길을 아이젠으로 찍으며 힘겹게 올랐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그날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입구에서 약20분 걸리는 상원사까지의 길은 그때와는 아주 딴판으로 달라져 있었다. 봄이니 눈이 없는 것이야 당연했지만 급경사였던 돌길은 나무계단이나 잘 정비된 돌계단 길로 변해 있었다. 상원사를 지나 깔딱고개까지도 경사는 매우 심했지만 비교적 잘 정돈된 자연석 계단이어서 약15분만에 올라갔다.
 


고개에 올라서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인 듯 버티고 선 우람한 바위 앞에서 물 마시며 땀 식히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정표를 보니 매표소 1km, 상원사 0,35km, 정상까지는 0.96km란다. 35분 만에 가파른 산길 1km를 올라왔으니 숨이 찰 수밖에 없었다. 등신로 입구의 급경사 나무계단을 지나면서부터 우리들의 감탄을 자아낸 의암호와 주변의 풍경들은 정상에 오를 때까지 우리를 힘들지 않게 해주었다. 곳곳에 피어있는 산벚꽃이나 라일락꽃, 길섶 바위틈에서 피어있는 분홍빛 금낭화가 우리들을 반기는 듯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상원사 대웅전 뒤쪽 산비탈엔 금낭화가 군락을 이루어 피었고 그 가운데 조그맣고 하얀 대리석 불상도 있었다.
 


이정표 옆에 세워진 등산안내판은 흔히 보는 안내판과 달리 파노라마로 입체형 산세를 그리고 그 위에 산행로와 구간별 일련번호, 주요지점 사이의 산행 소요시간 등이 상세하게 표시돼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안내도를 보니 이날 우리가 지나야 할 산행로는 7개 구간 4.86km였다. 우리는 매표소에서 깔딱고개까지의 제1구간 1km를 지나서 정상 용화봉으로 가는 제2구간으로 들어섰다. 안내판엔 상원사에서 정상 용화봉까지 60분이 걸린다고 표기돼 있었다. 우리는 파란 의암호의 기운을 한껏 가슴에 머금고 수직암벽에 붙어 오르기 시작했다.
 


깔딱고개를 출발하면서부터 이날 산행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꼈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이 수시로 우리들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몸을 최대한 바위에 붙인 자세로 바위틈이나 밧줄을 잡고 때로는 옆으로, 때로는 위로 한발 한발 옮기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앞사람이 못 가면 함께 숨을 고르며 기다렸다. 뒷사람이 못 올라오면 손을 내밀어 함께 올라갔다. 토요일을 맞아 많은 등산객들이 몰린 탓에 산행속도는 느리기만 했다. 반면 그 바람에 발아래 펼쳐지는 의암호와 북한강, 그 너머의 연봉들이 빚어놓은 절경을 맘껏 감상하고 카메라에 담을 수가 있었다. 암벽 하나를 오르면 새로운 절경이 나타났고 바위 하나를 타고 올라가 앉으면 더 멋진 풍경이 손짓했다.
 


그렇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받쳐주며 올라갔다. 태산이 높다 해도 하늘 아래 산이고 바위벽이 아무리 험해도 못 오를 곳은 없는 법, 간간이 일행이 많은 다른 팀을 만나면 그들에게 길을 먼저 내주고 바위에 붙어서 풍광을 즐기며 쉬었다. 전망 좋은 장소가 있으면 순서를 기다렸다가 기념촬영을 하면서 산행을 계속했다. 그렇게 안간힘을 쓰기도 하고, 쉬기도 하며 깔딱고개를 출발한 지 50 여분 만에 그늘이 좋은 능선에 도착했다. 정상인 용화봉까지 0.48km 남은 곳으로 쉴만한 공터도 있었다. 산행 시작 후 처음 만난 비교적 괜찮은 곳이었다. 먼저 와서 자리잡고 식사를 하는 팀도 보였다. 우리도 과일이나 과자 등 준비해 간 간식들을 나누며 바위벽을 올라오느라 소진한 체력을 보충했다. 칼날처럼 좁게 날을 세운 가파른 바위 능선길이었지만 비집고 발붙여 쉴 곳은 있게 마련. 우리네 삶도 이와 비슷하기에 산에서 삶의 이치를 배운다고 말했을 것이다.
 


충분히 쉰 후 마지막 난 코스로 들어갔다. 머잖은 정상까지 거의 수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지만 정말 좁고 위험한 바위들을 타고 넘거나 붙잡고 위험하게 돌아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해야 했다. 몸의 균형유지에 신경 쓰며 한발 한발 움직이며 정상을 향했다. 도중에 멋진 사각형 전망대가 번듯하게 설치돼 있어 한숨 돌리긴 했지만 외줄 타기 하는 심정으로 조심하며 30여 분만에 정상(용화봉)에 도착했다. 돌무더기 속에 설치된 사람 키 높이 사각형 시멘트 구조물에 춘천 시민산악회가 세운 직육면체 오석이 한낮의 햇살을 뜨겁게 받고 있었다. 거기엔 ‘三岳山 용화봉 해발 654m’라고 세 줄로 희게 새겨져 있었다.
 


정상표지석 주변은 온통 울퉁불퉁한 돌무더기였고 주위엔 기념촬영 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구불구불 줄을 서서 큰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산행을 오래 했지만 산 꼭대기에 이처럼 긴 장사진을 이룬 혼잡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정상에서의 기념촬영을 생략할 순 없어 우리도 청명한 봄날 한낮의 따가운 뙤약볕을 오랫동안 받는 고통을 감수했다. 그리고 정상부근에 서서 간식을 나누고, 가파른 하산길에 대비해 등산용 스틱도 조율했다. 올라올 땐 경사가 심해 스틱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안내판엔 하산지점 등선폭포까지 2.9km로 적혀 있었다.
 


12시를 조금 지나 일행은 하산을 시작했다. 오를 때와는 반대로 하산길 대부분은 흙길이지만 급전직하(急轉直下)해야 하는 급경사다. 그때문에 올라올 때보다 못하지 않을 정도로 힘든 산행이 계속됐다. 대부분의 등반사고는 하산길에 많이 발생한다. 그만큼 하산이 어렵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밑을 조심하며 약 1시간20분 만에 등선폭포로 내려왔다. 오랜 세월 물의 침식작용 등으로 생성된 깊은 절벽과 기암괴석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여러 폭포가 비경을 이루고 있다. 가장 큰 폭포는 높이기 10m나 된다.
 


폭포 입구 안내판엔 “계곡 입구의 협곡 금강굴, 신선이 노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등선 제1, 제2 폭포, 흰 비단을 펼친 모양의 백련폭포, 선녀가 목욕하던 옥녀담, 나무꾼과 선녀 전설이 깃든 선녀탕, 그 밖에 비룡폭포와 주렴폭포를 <등선8경>으로 꼽는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 폭포는 1910년 북한강을 따라 새 도로가 개통되면서 알려져 삼학폭으로 불리다 1939년 경춘선철도가 개통된 후 등선폭포로 알려졌다.”는 설명도 있었다.
 


폭포입구 도로가에 난립했던 점포나 건물들은 말끔하게 정비돼 없어졌고 승용차 주차장은 안전을 위해 울타리를 둘러 차단기를 설치했고 버스 주차장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우리는 다시 음식점 차를 불러 강촌역 근처로 가서 숯불 닭갈비로 늦은 점심을 들며 일정을 마쳤다.


 < 2025년5월1일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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