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호수와 각종 화초의 절묘한 조화
작지만 예쁘고 동화속의 나라같은 데를 다녀 왔습니다. 그곳은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조그마한 낙원이었습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고 구불구불 2차선 지방국도에서도 한참 떨어진 산골 호수가에 숨어 있었습니다.
조물주의 조화와 전지전능함이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솜씨도 이에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차량 두대가 비켜 갈 수 없어 조심스레 옆으로 피해가며 험한 산길과 고개를 넘어 힘겹게 찾은 보람이 저절로 느껴졌습니다.
어른 입장료 6,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비록 규모야 작았지만 거기에서 본 각종 수목과 기화요초, 바위들의 아기자기 하고 예쁜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그 외 달리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곳은 행정구역상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248. 공원의 이름은 '수생식물학습원'. 지방국도를 벗어나 좁고 험한 길을 20여분간이나힘겹게 통과하고서야 포장 안된널찍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버스를 비롯해 차량 수십대가 주차할 수 있더군요. 저희 부부가 갔을 땐 버스 세대와 승용차 두 대 뿐이었지만.
공원입구를 알리는 대문형 매표소 앞엔 맨드라미들이 무성하게 피어 바람에 흔들거리며 방문자들을 맞아 주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노랗고 붉은 국화들이 줄지어 피었더군요. 공원의 산책길은 거의 전체가 일방통행으로 나있습니다. 갈림길이나 교차로에 빈틈 없이 설치된 화살표를 따라가면 됩니다.
그 산책로를 걸으며 만나는 꽃과 나무들을 감상하고 이름표를 보며 익히면 멋진 자연학습도 되지요. 또 그 화초들 사이사이엔 굵은 대봉 감나무들이 노랗게 익어가는 감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습니다.
공원은 금강 상류를 막아 생긴 대청호를 낀 야트막한 언덕에 있습니다. 마침 그날은 잔뜩 흐린데다 보슬비도 간간히 내렸습니다. 호수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 쌀쌀했지만 즐거운 눈요기와 휴식공간이 있어 좋았지요.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아내와 함께 앉아서 타는 흔들 그네도 즐거웠습니다.
이 공원은 뜻을 같이 한 다섯 식구가 이 깊은 산속에 숨어있는 마을을 찾아내 조성했다고 합니다. 원래 살던 다섯 세대의 주민들이 모두 떠나버려 빈 마을이 된 곳이었다고 합니다. 공원에 띠엄띠엄 검은 색조로 우람하게 지어진 집들은 독일의 가옥형태라고 합니다. 공원 안쪽제일 높은 언덕엔 '제일 작은교회'라고 이름 붙인 기도실도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순서를 기다려 한 사람씩 들어가 기도하는 곳이지요.
공원에 있는 꽃이나 나무들의 종류는 너무 많아 열거 못 합니다. 비닐 하우스로 지어진 실내정원, 분재원, 다육이 정원, 수련 정원 등도 이채로왔습니다. 어린 시절 오래된 기와집이나 들판에 많이 자라던 것들과 비슷한 다육이들도 보였습니다. 실내 정원에는 모과나무 분재에서 금빛 모과들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화초나 풍경들에 취해 걷던 내게 아주 인상적인 나무 한 그루가 보였습니다. 자그마한 그 나무엔 귤처럼 생긴 열매들이 소복하게 달렸네요. 그건 내 고향마을에 많았던 탱자였는데 서울이나 도시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나무입니다. 노랗게 물든 탱자들로 어릴적엔 구슬치기 놀이도 많이 해 고향 친구들처럼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그 탱자를 뒤로 하고 출구로 나오다 멋진 2층 건물의 카페에 들렸습니다. 따뜻한 커피와 전동차를 마시며 쌀쌀한 호수바람에 한기를 느낀 몸을 덥혔습니다. 준비한 간식도 먹으면서 심산유곡 속의 작은 공원이 주는 평화를 맘껏 즐겼습니다. 그리고 입구쪽 산책길처럼 각종 국화가 만발한 출구쪽 길로 나왔습니다. 들어갈 때 보았던 그 맨드라미들이 잘 가라고 인사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 예쁜 숲속의 정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