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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꽃길

단상

by 솔 뫼 2021. 4. 1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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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꽃길

 

온 동네가 꽃길이고 꽃세상입니다.

온 동네가 꽃동산이고 온 세상이 꽃 세상. 저는 날마다 그 동산을 거닐고 그 세상에서 숨을 쉽니다. 걸어갈 길도 꽃길, 걸어온 길도 꽃길, 그 길의 양쪽에도 그런 세상이네요. 모든 색깔의 각종 꽃이 활짝 피어 반겨주는 아름다운 길을 걷고 달립니다.

 

온 나라가 탐욕스럽거나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다툼으로 아우성입니다. 게다가 온 세계가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들려오는 소식들이 모두 불안하고 어둡고 슬픈 것들뿐입니다.

 

그래도 오직 대자연의 섭리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인간세상의 이런 일들일랑 상관없이 항상 아름답고 평화롭습니다. 한 치의 틀림도 없이 돌아가고 돌아오니까요. 그 자연이 올해도 어김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선물을 잔뜩 싣고 와서 온 동네에 부려놓았습니다.

 

계절을 앞당겨 핀 라일락 향기가 코를 찌릅니다.
백색 철쭉속에 섞여 핀 붉은철쭉이 조화롭습니다.

그 길이나 세상엔 다툼이나 공포가 발붙일 수 없습니다. 그저 붉거나 새빨갛고 노랗거나 하얀 꽃님들이 웃으며 반길 뿐입니다. 그들 중엔 보라나 연분홍색도 있고 짙은 남색이나 연두색도 있습니다. 색깔이나 모양은 달라도 모두가 아름답고 예쁘답니다.

 

분홍과 주황색 철쭉도 사이좋게 어울렸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4년 전에 입주한 대단위 아파트입니다. 그리고 근처엔 서울에서도 이름난 커다란 공원까지 있습니다. 30여분만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가면 관악산이나 청계산에도 오를 수가 있습니다. 아파트의 조경은 잘 돼있고 주변 산들의 경관은 온 나라가 알아줄 만큼 수려합니다. 그전까지는 서울 남쪽의 비교적 낙후된 곳이었다지만 지금은 놀랄 만큼 달라진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의 상징인 한강과도 아주 가깝지요. 이런 면에서 보면 저는 아주 좋은 주변 환경을 가진 셈입니다.

 

연분홍색으로 곱게 단장한 복숭아꽃

자연은 즐기는 사람의 몫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귀한 보물이라도 흙속에 버려져 있거나 깎고 다듬지 않는다면 그냥 한갓 돌멩이일 뿐이겠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자연이나 주변 환경도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만 주변 환경이 즐거움을 주니까요. 자연은 이용하는 사람만이 그 가치를 안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한포기 나무나 풀일 테니까요. 산이나 강 등 대자연을 활용하는 사람만이 자연이 베푸는 혜택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부끄러운 듯 초록잎속에 숨어 웃는 황매화.

저는 매일 아침이면 잘 가꾸어진 아파트단지나 공원길을 달리고 걷습니다.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혼자서 근교의 산에도 오릅니다. 그러는 동안엔 세상의 온갖 시끄럽고 어두운 일들이 사라집니다. 오직 나를 반겨주는 꽃들이나 나무, 풀들만 봅니다. 웅장한 산의 자태나 시원한 계곡물, 멋진 바위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연출하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것을 즐길 마음과 노력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건강하게 오늘을 살아갈 수 있나 봅니다. 내일도 모레도 저는 그렇게 걷고 달리고 오르며 살아가렵니다. 아름다운 꽃들이 불러주고 맑은 공기와 푸근한 품을 가진 산이 반겨줄 테니까요. < 2012418>

 

연분홍빛 겹벚꽃이 자태를 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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