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뿐이다. 그것도 헤어질 때보다 헤어지고 난 후에 말이다.
그들 중 어떤 친구들은 내가 코흘리던 시절에 나한테 와서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켰다.
조금 늦게 사귄 친구들 대부분도 성인이 채 안된 고등학교 재학시절에 만났다.
그 친구들의 이름들은 동명이 많았다. 생김새들도 거의 비슷했다.
모두가 위아래로 길쭉하거나 옆으로 평평히 퍼진 내모꼴 얼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상장, 표창장, 감사패, 등단패, 임명장, 통신부, 통신표, 생활기록부였다.
그렇지만 상장이란 친구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다음이 통신부라는 이름이었다.
나는 이들과 만날 때 여러 사람들의 부러움과 박수를 받으며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난 그들이었지만 그 날 만난 후에는 별로 그들을 대면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들이 소중했기에 안전하고 깊숙한 곳에 쉴 자리를 마련해 주었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과 나는 만나 같은 집에서 오랜 세월 동고동락 하며 이사할 때도 함께 다녔다.
물론 그 와중에 자의든 타의든 일찍 헤어져 소식을 모르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제(2021년5월27일) 크나 큰 아픔을 참고 그들과 아무런 말도 못 하고 헤어졌다.
손주를 돌봐주기 위해 4년전 떠났던 옛 동네로 다시 이사를 오면서 내린 결단이었다.
이번 이사를 계기로 나는 애환을 함께 하며 깊이 정들었던 다른 많은 물건들과 함께 그들도 떠나보냈다.
그들과 함께 하며 울고 웃었던 그 수 많았던 순간들도 이제 내 기억속에만 남는다.
그래도 약간의 흔적들은 남기고 싶어 그 친구들 중 몇몇을 사진으로 찍어 여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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