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관악, 청계, 검단, 예봉산까지 한 눈에!
정말 멋진 조망이었다. 이를 표현할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어 이렇게 표현했다. 아차산 능선에 서면 사방이 일망무제로 확 트인다. 눈 아래엔 민족의 젖줄기인 한강이 흐른다. 북촉의 아차산과 광진구, 남쪽엔 강동구와 송파구를 양쪽에 끼고 서쪽으로 유유히 흘러간다.
그 옛날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반해 터잡은 위례성이 바로 한강 남쪽 암사동 일대라고 한다. 지금은 이 일대에 대단위 아파트단지들이 꽉 들어 차 각광받는 서울의 주거지로 변모 중이다.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면 서쪽에 서울 시가지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그 너머로 서울 북쪽에 우뚝 선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그리고 왼쪽으로 돌면 관악산과 청계산도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에서 발원, 도도히 흘러 온 한강은 서울을 관통해 굽이굽이 서해를 찾아 흘러가고 있다. 한낮의 햇살에 비쳐 하얗게 보이는 모습이 넓은 광목 베를 깔아놓은 것 같다.
전략가가 아닌 내눈에도 이곳이 군사적 요충지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고구려와 백제는 국운을 걸고 이 고지와 강남쪽의 평야 쟁탈전을 벌였나 보다. 그 와중에 백제는 임금 개로왕을 강남쪽 평야 전투에서 잃고 공주로 쫓겨 가야했다. 지금은 복원된 고구려군의 보루터들이 능선을 따라 몇 곳이 나온다.
가을 장마라고도 불렸던 늦장마가 그치고 모처럼 맑은 하늘이 드러난 9월3일 아내와 함께 아차산에 올랐다. 지하철을 타면 20분도 안돼 아차산 아래 광나루역에 도착한다. 역에서 나와 주택가 골목길을 조금 가다 벗어나면 잘 가꾸어 진 생태공원이 나온다. 그리고 곧 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숲이 우거진데다 경사도 그다지 심하지 않은 산길을 걸었다. 무릎이 약한 아내에겐 이 정도의 길도 힘이 들어 자주 쉬면서 올라갔다. 초입의 숲길이 끝나는 곳엔 온통 바위가 드러난 산비탈이 나온다. 그 바위 비탈 위로 나무계단이 길게 설치돼 있다. 맑은 초가을 날의 한낮 햇살에 달구어진 바위에서 열기가 풍긴다. 그렇지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순식간에 그 열기를 날려 버린다.
힘들어 하는 아내의 뜻에 따라 능선 중간쯤에 있는 제3보루를 지나 좀 더 올라갔다가 전망 좋은 소나무 그늘에 앉았다. 이곳도 산비탈 전부가 바위다. 능선 아래엔 널따란 한강이 흐른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도 여러개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강너머 잠실엔 하늘 높이 솟은 롯데 타워가 천하를 내려보고 있다.
한없이 펼쳐지는 서울 시가지 외곽으로 백운대, 인수봉, 관악산, 청계선, 검단산, 예봉산이 빙 둘러쌌다. 산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과 한가로이 떠있는 구름짱들이 한폭의 그림이다. 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것이다. 불과 한 시간쯤 올라왔을 뿐인데 그야말로 속세를 벗어난 기분이 든다. 간간이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사라지려는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아쉬어 하는 듯 애처롭게 느껴진다. 이 보다 더 멋진 조망은 없을 것 같다. 준비해 온 찐 옥수수로 간식하며 <작지만 확실한 행복감>에 젖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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