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문 통과해 북악에 오르다
출입자 목에 걸던 표찰도 없애
청와대 개방과 함께 추가로 공개된 청와대 뒤쪽 백악산은 춘추관의 문 춘추문이나 북악산 서쪽의 칠궁안내소를 통해 들어간다. 나는 6월10일 청와대 동쪽에 있는 춘추문을 통해 북악산에 올랐다. 이 길은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간 후 1차 개방 때 조금 남겨두었다 추가로 완전히 개방됐다.
경복궁의 동쪽 담장을 따라 삼청동으로 가면 청와대 앞과 삼청동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거기서 청와대쪽으로 비탈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세 갈래길이 시작되는 곳에 춘추관 건물이 보인다. 춘추관은 지난 날 청와대를 출입하던 언론사 기자들의 기자실이 있었던 건물이다. 그 건물의 문(춘추문)으로 들어가면 춘추관안내소다. 안내소로 들어가면 건물 바닥에 눈에 확 뜨이게 널찍하고 긴 청색과 녹색 테이프가 여러 개 붙어있다.
백악산 등산객들은 별도의 확인절차 없이 청색 테이프를 따라가면 마당 오른쪽에 철제창살 대문을 볼 수 있다. 청와대 경내방문객은 그 문으로 가지 말고 왼쪽에 보이는 청와대 본관 쪽으로 계속 가야한다. 등산객들은 열려있는 철제창살 대문을 지나 널찍한 아스팔트 포장길을 올라가면 된다. 경사가 만만찮은 이 길의 왼쪽은 궁궐의 담장처럼 높은 돌담장이 이어지고 오른쪽의 낮은 곳은 삼청동 주택가다.
느린 걸음으로 약20분쯤 오르면 북악산, 일명 백악산으로 올라가는 산길 입구의 백악정(白岳亭)에 이른다. 춘추관안내소에서 백악정까지는 730m다. 주변에서 보통 보는 정자는 아니고 지붕이 평평한 그늘집 모양인데 벤치가 몇 개 있을 뿐이다. 백악정 바로 옆에는 故김대중 대통령부처가 2001년4월에 심은 나무아래 식수기념 둥근 돌비석이 있다.
백악정앞 공터에 있는 화단주변은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는 곳이다. 백악산 서쪽 칠궁에서 올라오는 길도 여기서 만난다. 백악정 뒤 철망울타리 문을 지나면 바로 경사가 급한 나무 데크 계단길이 시작된다.
1분쯤 오르면 일방통행 길이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길은 대부분이 나무 계단길이다. 또 수시로 방향을 좌우로 바꾸고 경사의 완급을 반복하며 끝없이 계속된다. 백악정에서 5분쯤 가쁜 숨을 쉬며 올라가면 ‘대통문’이라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굵은 쇠창살 울타리가 주변에 처져있다. 이 대통문은 오후5시에 닫힌다는 안내문도 있었다.
대통문에서 데크 길로 150m쯤 가니 많은 사람들이 서울시가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복궁과 청와대가 바로 아래 내려다보인다. 계단의 가로손잡이에 ‘청와대 전망대‘라 적혀있다. 남산의 N타워도 하늘로 우뚝 솟았고 오른편엔 인왕산, 동편 저 멀리엔 연무에 가린 잠실 롯데타워도 희미하게 보인다. 올라 온 데크 로드 주변엔 소나무 등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도 참 멋졌다. 지금까지 많이 지나다닌 한양도성 북악산구간에선 보지 못한 비경이었다. 사람들이 서로 사진들을 멋지게 찍느라 좁은 전망대가 더욱 붐볐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기념사진 한 컷 찍었다.
일방통행이라 계속 앞으로 가니 뜻밖에 내려가는 길이 나왔다. 의아했지만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금 더 가니 반전상황이 나왔다. 아래로 직행하는 길은 철망으로 막혔고 그 대신 왼쪽으로 90도 꺾여 데크가 이어졌다. 그 길을 따라 더 가니 이번엔 다시 왼쪽으로 올라가 백악정에서 조금 전에 지나왔던 계단으로 되돌아 왔다. 거기서부터 아까 지났던 길을 걸어 대통문에 다시 도착했다. 대통문에서 이번엔 직진해 만세동방, 청운대쉼터 길을 따라갔다. 1∼2분쯤 가면 되는 거리에 오른쪽으로 급하게 내려가는 길이 있다. 정상으로 가지 않고 바로 삼청동안내소로 하산하는 길이다. 한 달전만 해도 이 곳엔 경계근무 병사들이 근무를 했었다.
북악산 정상인 백악마루로 가려면 직진해야 한다. 길은 곧 바로 거의 수직상승에 가까운 급경사의 돌계단과 나무 데크, 그리고 또 다른 돌계단 길을 거쳐 만세동방 샘터에 이른다. 이정표엔 세 갈래 길에서 샘터까지 155m로 적혔지만 숨 가쁜 고개 길이다. 바위틈에서 새어나오는 물이 맑아 고종임금도 마셨다는 샘이지만 가뭄으로 물은 없었다. 숨도 고를 겸 준비해간 참외로 간식을 하며 5분쯤 쉬었다. 샘물 위 바위에 큰 글자로 음각된 만세동방 만수남극(萬世東方 萬壽南極)은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인데 누가 어제 새겼는지는 미상이란다.
샘터를 지나면 역시 오르락 내리락과 우왕좌왕을 반복하다 청운대전망대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정표상 거리는 500m이다. 그런데 중간 중간 경사가 심한 산길이라 20분쯤 걸렸다. 이 곳은 춘추문 코스가 개방 안 됐을 때 등산을 시작했던 삼청안내소에서 법흥사터를 거쳐 곧 바로 올라오는 곳이다. 삼청안내소까지 825m이지만 가파른 나무계단 데크 길이다.
여기서 위로 20여분을 올라가면 북악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하산할 때는 한양성곽을 따라 숙정문∼청운대전망대∼삼청쉼터∼삼청안내소로 오거나 아니면 숙정문∼말바위안내소∼와룡공원으로 가면 된다. 앞의 경우는 졸고 5월2일자 청와대 뒷산길 참조. https://ih0717.tistory.com/128
한편 완전개방 이후 종전엔 안내소에서 입장자들이 반드시 받아 목에 걸어야 했던 표찰은 없어졌다. 나는 혼자 갔기때문에 걸음속도가 좀 빨랐다. 서울지하철 안국역에서 시작, 한 시간반만에 백악마루에 올랐다. 하산은 숙정문에서 20분쯤 쉬면서 식사하고 사잇길로 청운대전망대로 다시 가서 삼청안내소로 내려왔다. 삼청동길에는 북악산 개방과 등산로 입구 이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기다랗게 걸려 있었다. 안국역으로 가는 도중 소나기 직전에 쏟아지는 상당히 강한 비도 맞았다. 세시간20여분만에 안국역에 되돌아 왔다. 걸음수는 약15,000보였다.
제천 錦繡山속의 즐거움 (0) | 2022.07.31 |
---|---|
신나는 탁족회 (0) | 2022.07.24 |
청와대 뒷산길 (0) | 2022.05.02 |
불암산 칼바람 (0) | 2022.02.21 |
입춘 맞이 黔丹山行 (0) | 2022.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