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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신선대 산행

등산이야기

by 솔 뫼 2022. 12. 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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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애 다진 도봉산등산
신선대에 神仙은 없었다

신선대에 올라 바라 본 자운봉

참 오랜만에 도봉산 신선대에 올랐다. 그러나 거기에 신선은 없었다. 그 대신 여자 등산객 둘이 먼저 와있었다. 한 사람은 독일에서, 다른 사람은 일본에서 왔단다. 깎아 세운 듯 좁고 뾰족하게 솟은 해발 726m 바위능선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게다가 잔뜩 흐린 하늘에선 눈발까지 솔솔 날리기 시작했다. 하산하려는 그들에게 부탁해 기념촬영을 했다.


며칠 포근하던 날씨가 잔뜩 흐렸고 서울과 중부지방에 낮 한때 눈까지 예보됐던 12월12일 도봉산에 올랐다. 그날은 드물게 황사경보까지 내려졌었다. 오전10시 지하철7호선 도봉산역에서 동생을 만나 함께 걸었다. 동생과 함께 서울 근교의 산에는 자주 올랐지만 도봉산에 오른 것은 5-6년만이었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오른쪽 길로 계곡을 따라 걸었다. 겨울철 갈수기인데도 계곡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가다 계곡을 건너 천축사 가는 길로 향했다. 경사가 심한 나무 데크 계단을 지나 천축사 일주문을 지났다. 안내판에는 신라때 의상대사가 제자를 시켜 지은 옥천암이 이 절의 시초라고 기록돼 있다. 오랜만에 와보니 절 주변의 등산로 위치가 약간 바뀐 것 같았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절을 지나니 경사가 더욱 심해졌다. 도중엔 얼음이 얼어붙어 빙벽을 이룬 곳도 있었다. 힘들고 숨차면 쉬고 물 마시며 마당바위 근처 능선에 도착했다. 빨리 올라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능선을 타고 더 올라가 일주문을 지난지 15분여 만에 마당바위에 도착하니 바람이 세게 불어 추웠다. 바람을 막아 줄 커다란 바위 옆 아늑한 곳에 앉아 과일과 커피로 간식을 하며 쉬었다. 저 멀리 맞은 편 북한산 능선에 뾰족하게 솟은 우이암이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수많은 까마귀들이 근처의 나뭇가지마다 모여앉아 시끄럽게 짖어댔다. 짖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새들에겐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고 작고, 검거나 갈색의 얼룩무늬 고양이들 수십 마리도 너른 바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주변을 돌며 야옹 야옹 날카로운 소리를 내곤 했다. 먹을 것을 달라는 행위일 것 같았다.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들 무렵 우리는 다시 걸었다. 마당바위 쉼터를 지나면 경사가 심한 돌길이 시작된다. 게다가 길이 깊게 패어 나무뿌리가 드러난 곳이 많았다. 돌부리를 타고 넘거나 나무뿌리들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들이 자주 나온다. 길옆에는 튼튼한 철제 손잡이들이 설치돼 있었지만 발아래의 돌들과 심한 경사 때문에 힘이 들고 숨이 찼다. 그렇게 올라가다가 정상 바로 아래의 공터에서 또 한 차례 숨고르기를 했다.


공터를 지나면 경사는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팔라진다. 손잡이를 붙잡고 발밑을 조심하며 힘겹게 올라 정상 바로 아래의 나무 계단에 도착했다. 튼튼한 철제난간까지 있어 돌길보다는 한결 쉬워졌지만 경사가 심해 숨차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계단이 끝나면 가파른 바위에 쇠막대기를 박아 설치한 손잡이 줄을 잡고 군사훈련 하듯 힘들게 올라가야 한다. 눈발도 솔솔 날리기 시작했다. 손잡이가 끝나는 곳이 신선대 정상으로 가는 좁은 바위능선이다. 손잡이 대신 바위를 잡고 왼쪽으로 기어올라 두세 곳을 건너뛰거나 오르니 바위에 박아 세운 막대기 모양 정상표지가 있었다. 신선대정상 726m. 마당바위를 떠난지 약50분쯤 걸렸다.


바로 앞에는 자운봉이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그와 반대쪽에는 도봉산 주봉과 오봉으로 통하는 바위능선이 이어진다. 흐린 하늘에다 짙은 황사 때문에 산 아래쪽은 희미하게 흐려 보였다. 우리들은 기념촬영 후 뒤따라 올라온 등산객들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하산을 시작했다.


경사가 심한 데다 위험한 구간이 많아 오를 때 보다 훨씬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날리던 눈발은 멎었다. 그렇게 주의하며 오를 때 쉬어갔던 공터에 내려와 준비한 떡과 과일로 간단한 식사를 했다. 그리고 마당바위까지 내려가 올라갔던 길과는 다른 능선 길로 하산했다. 준비해갔던 막걸리는 경사가 완만해서 안전한 능선의 쉼터에서 나누어 마셨다. 그리고 도봉산역 근처로 나와 매운탕으로 늦은 점심을 즐겼다. 노후에 함께 등산을 할 수 있는 형제가 있음에 감사하며 귀가를 서둘렀다.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만장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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