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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비경 남산둘레길

등산이야기

by 솔 뫼 2023. 6. 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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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길은 지리산 속 걷는  느낌
회색 도심에  감추어진 녹색의 보물

 

낙락장송들이 하늘을 가린 남산둘레길 생태경관보전구역


최첨단 회색도시 서울 도심에서 울창한 숲속으로 난 길이 있었다. 원시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외부로 나가는 길을 찾은 경이로움과 같았다. 이를 두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라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았다. 하늘을 가리고 우거진 무성한 숲속으로 이어지는 흙길과 야자잎 매트 깔린 길을 걸을 땐 몇 년 전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느낌을 받았다. 그 길엔 낙락장송 큰 소나무도 있었고 충청북도 속리산의 정이품송 맏아들나무도 자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넓은 잎을 가진 활엽수들 또한 울창했다. 구불구불 이어지고 약간의 오르내림 구간도 반복되는 길옆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었고 예쁜 수련꽃들이 수줍은 듯 자태를 뽐내는 습지도 있었다. 또 서울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반딧불이가 사는 계곡도 있었다.
 


일찍 찾아온 초여름 더위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5월30일 오전10시쯤 생수 한 통과 초콜릿 몇 조각만 손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시내버스를 타고 나가 장충동 동국대 입구에서 내렸다. 보행기를 GPS와 연결되게 작동시키고 10시40분부터 걷기 시작했다. 잘 다듬어진 장충공원 숲을 지나 최현배선생 동상이 지켜보는 계단길로 들어섰다. 그 계단엔 계단을 오르는 데 따른 장수효과 시간이 일정한 간격으로 새겨져 있어 한 눈으로 보면서 올라갔다. 모두 몇 개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경사가 있는 길을 5분쯤 올라 남산 북측순환도로에 닿았다. 이 길은 지난달에도 친구들과 마지막 신록이 한창일 때 맑은 공기와 아까시아꽃의 잔향을 즐기며 걸었었다. 다만 그 때는 시계 바늘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계단 끝에서 숨 고르기를 한 후 나는 시계 바늘 방향인 왼쪽으로 걸었다. 국궁 동호인들의 활터 석호정 앞을 지나갔다. 오른쪽엔 나라에서 힘들여 생태를 복원시킨 소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계속 가면 길은 국립극장 쪽에서 올라 오는 순환도로와 만난다. 그 세갈래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남산의 남측순환도로가 된다. 그 길은 전기 버스만 운행되며 일반차량은 다닐 수 없다. 순환도로 왼쪽에 있는 보도를 따라 조금 가면 한양도성이 도로와 교차되는 곳이 나온다. 물론 도성은 도로의 폭만큼 헐려 끊어졌고 길에 표시만 남아있다. 그 곳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나무 데크로 된 쉼터가 있다. 거기에서 도로와는 별도인 남산둘레길 숲길이 시작된다. 이 길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서울 한복판의 비경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의 남쪽 사면인 이곳은 약80년쯤 된 소나무 500여 그루를 포함한 소나무 군락지여서 2007년12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보호하는 곳이란다.
 


쉼터에서 시작되는 숲길 초입은 야자수잎 매트가 깔린 산길이 시작된다. 폭은 두 사람이 조심해서 비켜갈 수 있을 정도다. 곳곳에 만나는 작은 계곡들엔 건너는 나무다리가 있고, 경사가 조금 있는 오르막이나 내리막길도 이어진다. 어느 구간은 흙길만 계속되고 도중엔 습지도 나온다. 습지엔 도랑물도 흐르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도 많이 피어있었다. 곳곳에 조성된 사색공원, 이끼정원, 유아숲 체험장, 식물원 쉼터 등엔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이나 소풍 나온 어린이들도 보였다. 이런 시설들 근처에는 짧은 시멘트 포장길이 나오기도 했다. 이 시설들 모두를 품고있는 생태경관보전지구의 우거진 숲 사이를 지나가는 둘레길은 남산도서관과 안중근의사기념관 근처로 이어졌다.
 


특히 흥미있는 곳은 팔도소나무단지였다. 둘레길을 가다보니 낙락장송 거목 소나무들이 나타니  가서보니 충청북도라고 새겨진 돌표지석이 보였다. 바로옆엔 키가 작고 줄기가 아직 가느다란 소나무가 있었다. 그런데 그 나무옆엔 속리산의 '정이품송 맏아들 나무'라고 씌어 있었다.  조금 더 가니 강원도가 새겨진 돌표지석도 보였다. 주변엔 소나무들이 많았다. 그 비밀은 <팔도소나무단지>라고 적힌 근처의 길 안내판을 보고 알았다. 서울생활 50여년만에 처음 알게 된 일이다. 이끼원을 지나고, 반딧불이 서식지를 지나며 나는 서울한복판에서 깊은 산골 같은 느낌을 맘껏 즐겼다.


이윽고 숲을 빠져나온 길은 전기버스와 자전거만 다니는 남산 남츤순환도로와 다시 합쳐졌다.  약한 내리막인 순환도로는 차량들이 일방통행이다. 조금 더 걸으니 지금은 사라진 남산식물윈이 있던 언덕이 나왔다. 근처 광장엔 남산도서관이 있고  그 앞을 지나가는 4차선 도로옆 사면의 녹지엔 다산 정약용선생 동상이 나무에 가려 있었다. 약간 지대가 높은 광장으로 올라가니 일부만 복원된 숭례문쪽 한양도성이 보였다. 그 성곽 바깥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 옛 힐튼호텔앞 삼거리에서 걷기를 끝냈다. 장충공원을 떠난지 한시간 40분, 쉬지 않고 걸은 시간은 1시간25분, GPS상 거리는 6.2km였다.


                          <  2023년 6월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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