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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소동

수필생활

by 솔 뫼 2021. 4.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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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소동

 

 

입천장과 코 안쪽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 같았다. 침을 삼키려니 목구멍 쪽에서 뜨끔거리며 가벼운 통증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틀 전 낮에 친구들 10여명이 만나 떠들며 식사하고 자리 옮겨 맥주까지 한 잔 했던 일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혹시 그날 코로나에 감염된 게 아닐까? 엄습하는 불안감을 감출 길이 없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강해지던 12월 초순 어느 날 점심 무렵의 일이다. 전날 저녁때부터 코가 약간 가려워지며 미열이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체온을 재보니 36.837.0도를 오락가락 했다. 집사람에게 코로나 검사부터 받아볼까 물어봤다. 아내는 오늘 하루는 기다려 보자고 했다. 집에 있는 코감기 약을 먹고 쉬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열도 정상으로 내렸다. 그래서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냥 가벼운 코감기인가 보다하면서.

 

그러나 다음 날 아침식사 후 다시 미열이 느껴져 체온을 몇 번 재봤다. 그랬더니 잴 때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36.837.0도를 오르내린다. 목이나 머리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약하게 코 막힘은 있었다. 신문과 방송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온통 기분 나쁜 정치 이야기와 빠르게 확산되는 코로나19 소식뿐 이었다. 정치꾼들 애기야 기분은 나쁘지만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소식은 그럴 수가 없다.

 

특히 계절도 코로나19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는 겨울의 초입이다. 이젠 집사람도 상당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우리 부부를 더욱 두렵게 하는 건 최근 코로나193차 확산에 따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 데리고 있던 네 살짜리 손녀 때문이었다. 만사 불여튼튼이라 했다. 우선 방역 마스크부터 썼다. 매스컴에선 계속 감기증세 등 조금이라도 코로나가 의심스러우면 바이러스 검사부터 받으라.’고 한다. 더럭 겁이 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열이 점심때쯤 37.237.3도까지 올라갔다.

 

37.237.3. 몇 번을 재어 봐도 변동이 없다. 아는 게 병이라고 했다. 내 증세를 보니 꼭 코로나 초기증세일 것만 같았다. 이젠 은근히 불안해지고 겁도 났다. 그랬는데 점심식사를 하고나니 무슨 영문인지 체온이 다시 36.836.9도로 떨어졌다. 그래도 미열은 미열인지라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 참을 수가 없어 가까이 있는 동네의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병원엔 환자가 아무도 없어 바로 의사의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증세를 들은 의사가 목과 코 안쪽을 살핀 후 열도 별로 없고 목도 이상 없는데 비염이 무척 심하다고 했다.

 

코로나일까 걱정이 된다고 하니 의사가 웃으며 아닐 거라고 했다. 코의 안쪽이 많이 부어서 열이 심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비염이 심하기 때문에 5일분 약 처방을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비염이 다 나은 것처럼 느껴졌다. 계속 코 안쪽이 마르고 미열의 불편함이 느껴지는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 걱정은 스러지지 않았다. 이날 저녁에 잡혔던 막역한 친구와의 오랜만의 만남은 순연시켰다. 미열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양해가 되는 상황 아닌가. 또 집안에서도 꼭 필요할 경우를 제외하고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그렇게 불안에 떨며 주말과 일요일을 보냈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은 꼬박꼬박 빠뜨리지 않고 먹었다.

 

일요일 저녁에도 체온은 36.736.9도였다. 아무런 불편도 없고 목마름, 코 마름 증상은 없어졌지만 불안했다. 더군다나 주말 하루 전 전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950, 주말엔 무려 1,0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3월 대구의 대유행 이후 최고일 뿐만 아니라 하루에 1,000명을 넘긴 것도 처음이란다. 그런 뉴스를 들으니 정말 걱정이 됐다. 아니 더럭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의 코로나 대유행 격랑에 지금까지 무사했던 나도 휩쓸려 갈까봐서.

 

만약 내가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생각해 보니 끔찍스러웠다. 우선 우리 집에서만 집사람과 손녀, 그리고 함께 살지는 않지만 퇴근 때마다 들려 손녀를 데리고 가는 작은 딸 부부가 검사받고 격리대상자가 된다. 또 딸과 사위의 직장 동료들에게까지 폐를 끼치게 될 판이다. 그 뿐인가? 며칠 전 점심때 나와 함께 식사하고 술 마셨던 11명의 친구들과 그 시각 그 식당에 있었던 사람들까지 모두 검사받거나 격리되어야 한다. 제발 무사히 정상 체온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며 불안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게 불안에 떨며 꼬박 나흘이 지나갔다. 마침내 36.5! 월요일 아침의 체온이었다. 나 자신, 아니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는데 걸린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길었다고도 할 시간이었다. 무서운 암 검사 후 건강판정 결과를 받기까지의 시간도 이보다는 덜 하지 않았을까? 이날따라 동쪽 하늘의 일출광경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800명 근처에서 오르내리던 하루의 새 확진자가 나흘 만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려 1,078! 이 기간의 아침 기온도 올겨울 최저인 영하 1011도였다. 이 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다.

 

※ 이 글은 월간 수필잡지 <좋은수필> 2021년 2월호에 게재됐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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