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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로 화장한 한강

사진 소묘

by 솔 뫼 2022. 6. 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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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에 쓸려 온 황토가 강물 뒤덮어


한강이 중랑천과 만나 흐르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일대는 옛날엔 절경이었답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그 아래를 유유히 흘렀던 맑은 강물이 어우러져 빚어낸 풍광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경원선 철도, 넓은 강북 강변도로가 산허리를 무참히 자른 채 지나가고 왕복4차선 고가도로까지 강가에 우뚝 서서 하늘을 온통 가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지하철 3호선 열차도 산을 똟고 나와 한강을 가로 지른 동호대교위를 요란한 소음을 남기고 지나갑니다.


이들 다리나 철도, 큰길들에 막혀 이곳은 이제 옛시절의 아름다운 절경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옛날의 명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 하나가 동호(東湖)입니다. 널따란 한강 본류로 중랑천 물이 흘러들어 잔잔한 여울을 이루는 모습이 '서울 동쪽에 있는 호수같다' 하여 동호라 불렸던 곳이지요

옛시절의 한강이나 중랑천엔 항상 맑은 물이 흘러 이곳은 선비들과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랍니다. 그런데 항상 맑았던 동호가 오늘은 싯누런 황토물로 덮였습니다. 한강도, 중랑천도 온통 싯누런 물이 흘러갑니다.

그러나 이 황토물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게 느껴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서울을 포함한 전국엔 실로 오랜만에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극심했던 가뭄에 타들어 가던 산천초목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비가 흠뻑 내리면서 이 황토까지 물에 실어왔습니다.


비옥한 성분이 가득한 황토는 곧 가라앉아 나무나 풀들을 기름지게 키우는 거름이 되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저에게는 흙탕인 황토물이 황금물결처럼 보기좋게 느껴집니다.

강가 둔치의 복숭아 나무도 생기가 넘쳐 알차게 영글어 가는 열매를 자랑하고 메말랐던 분수대도 힘차게 물을 뿜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아침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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