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에 둘러싸인 궁궐
건국이후 70년 넘게 우리나라 최고권부로 군림했던 곳인 만큼 무언가 묵직한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주변 경관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하늘을 가라며 무성하게 우거진 수목들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았고 잘 가꾸어진 정원과 널찍한 푸른 마당에선 인공의 아름다움도 알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에겐 금단의 지역으로만 각인돼 있었기에 오늘 관람을 앞두고 한 가닥의 기대감마저 가졌습니다. 그렇지만 오늘(6월27일) 오전 네 명의 벗들과 만나 청와대 동편 춘추문 출입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그런 기대감은 사라졌습니다. 그저 처음 와보는 아름답고 넓은 공원으로 소풍 나온 기분이 들었지요.
그 공원은 아름다운데다 볼거리도 많아 항상 소풍객들로 붐비는 공원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소풍객들이 자유롭게 여기저기로 돌아다닐 수가 없다는 점만 달랐지요. 춘추문으로 들어간 우리들은 확실하게 쳐져있는 가이드 라인만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앞으로만 가야하지만 구경하는 속도나 공원에 머무는 시간은 조금 자유롭습니다. 다만 건물 내부를 구경하거나 좁은 장소를 통과할 때는 다른 사람들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속도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구경하는 순서는 침류각-관저-청와대본관-영빈관-녹지원-상춘재 순이었습니다. 건물들 내부를 볼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렸고 넓은 장소에선 기념촬영도 하고 벤치에서 쉬기도 했지요. 가장 끈기 있게 줄서서 기다렸던 곳은 본관 내부시설 관람입니다. 물론 개인의 사정에 따라 모두 둘러보지 않고 건너뛰어도 무방합니다.
우리도 영빈관의 내부구경은 생략했습니다. 경내에 오래 머물며 마음껏 산책하기에도 정말 멋진 곳이었습니다. 다만 정문과 춘추문, 서쪽의 영빈문 등 세 곳의 출입 게이트를 나가면 다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 바퀴 돌고 약 두시간만에 춘추문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든 구경하는 걸 무척 좋아 한다는 것과 이 안에서 터 잡고 살게 되면 바깥과는 자연히 단절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 서민들도 세상과 단절되면 안 좋을 테지만 힘센 사람들이 단절되면 더 위험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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