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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이기기

사진 소묘

by 솔 뫼 2022. 7. 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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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장마가 물러가자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중복을 지나 말복으로 가는 시점이라 그야말로 더위 중 가장 강하다는 ‘복중더위’입니다. 이처럼 심한 더위를 표현하는 말들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의 짧은 어휘력으로도 가마솥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염천(炎天) 등이 떠오릅니다. 두 복 사이가 보통은 열흘이지만 올해는 20일이랍니다. 이런 경우를 월복이라고 하네요. 어쨌든 월복이 되는 바람에 올여름 더위는 열흘 더 길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땡감은 하루가 다른게 굵어지고 황색의 기품을 뽐내며 황매는 곱게 곱게 피어나네요.

 


이처럼 더위가 심하면 저절로 온몸의 힘이 빠지고 매사가 심드렁해지기 마련입니다. 의욕은 물론이고 식욕까지도 떨어지지요. 냉방시설이 잘 된 곳이라면 조금 덜하겠지만 선풍기나 자연풍에 의존한다면 정말 힘든 계절입니다.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주면 좋겠지만 그도 하루 이틀이지 사흘이상 비가오면 짜증스럽기는 마찬가지이겠지요? 더위를 피하거나 이기는 데 왕도는 없는 듯합니다. 그야말로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의 피서방법이 동원될 것입니다.

 


저는 매일 보는 꽃, 하늘, 구름, 강물, 매미나 바람소리들과 벗하며 더위를 잊습니다. 요즘 같은 염천지절에도 수많은 꽃들은 피고 집니다. 매일 보는 같은 꽃이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새롭게 느껴집니다. 먼저 피었던 것이 지면 또 다른 것이 뒤이어 웃으며 핍니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 벚꽃이 봄과 함께 왔다 가버린 곳에 온갖 색깔의 장미들이 화려한 잔치를 벌이더군요. 한동안 계속된 장미들의 합창이 약해지니 원추리, 참나리, 무궁화 능소화 등 여름철 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네요, 그 틈에서 장미들은 아주 약하게 색의 향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가장 즐거운 피서가 바로 이 꽃들과의 말없는 교감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선 한강이 매우 가깝습니다. 그래서 거의 매일이다시피 바라보는 친숙한 강이지만 날나다 새롭게 다가옵니다. 항상 같은 위치에서 흘러가지만 어느 날은 파랗고 어느 날은 하얗습니다, 요즘처럼 무덥고 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 아침엔 강물을 살짝 덮은 옅은 안개에 비치는 아침햇살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가 하면 장마가 길어지고 태풍이 몰아칠 땐 싯누런 황토 빛 탁류가 강둑을 넘을 기세로 세차게 흐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모습과 느낌을 달리하는 강을 보는 것도 좋은 피서랍니다. 하늘이나 구름의 천변만화 모습 보는 것도 좋고요.

 


또 있습니다. 요즘의 가장 화끈한 피서는 귀가 따가우리만치 들리는 매미소리 터널을 산책하는 것입니다. 짙은 녹음 속을 걷노라면 매미소리가 세상의 온갖 소리를 모두 막아줍니다. 매미들은 잘 보이지 않건만 울음소리는 어떻게 그처럼 크게 들려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얼핏 들으면 그냥 날카로운 잡음뭉치로 들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멜로디나 음색이 다른 여러 소리들이 섞인 멋진 합창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도 평소처럼 집 주변 동산들과 공원을 걸었습니다. 오늘도 매미들의 신나는 합창소리는 크게 들렸습니다. 바람은 약하지만 산들거렸습니다. 길섶에는 어디서 날아와 뿌리내렸는지 모를 샛노란 금계화 두 송이가 웃고 있었지요, 그 옆에선 나팔꽃 덩굴이 무성하게 다른 풀줄기를 감아 올라가고요. 머잖아 꽃처럼 아름다운 나팔소리를 들려주겠지요. 건너편 유치원 담장가의 감나무에선 밤톨만큼 자란 땡감들이 이들을 내려다보며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저는 더위를 즐깁니다. 세상일이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요?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서 작지만 즐거운 것들을 찾아보세요.<2022년7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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