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가 많은 삶은 행복한 삶이요 성공한 인생이란 말을 듣습니다.
삶만 그럴까요? 좋은 일, 좋아하는 취미, 재미있는 사연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거나 만드는 것도 성공한 삶일 겁니다.
이들 중 오늘 저는 내가 즐기는 등산에 대해 몇가지 생각을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는 대단한 전문 산악인이 아닙니다. 그저 서울 근교에 있는 산들을 비교적 자주 찾는 수준의 아마튜어 산꾼입니다.
은퇴 후의 삶이 주는 무료함을 달랠 겸 건강생활도 한다는 생각으로 저는 자주 산을 찾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가 등산일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70대 초반의 나이에 비해서는 비교적 산행을 잘 한다는 얘기를 듣긴 합니다.
똑 같은 취미를 즐겨도 사람마다 즐기는 방법이나 장소가 다르리라 생각됩니다. 등산도 그럴 것 같습니다. 꼭 산정상을 가야 하는 사람도 있고 물 좋고 시원한 중턱쯤의 계곡에서 쉬다 하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또 어떤 이는 갔던 곳 몇 곳만 되풀이해 다닐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미답의 산들을 계속 찾겠지요? 모두가 즐겁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산에 올라가기 보다는 산행은 시늉만 하고 뒤풀이를 더 즐기는 이들도 무척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좀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어떡하겠습니까?
저는 상황이 허용하는 한 두루두루 많은 산을 오르지만 대부분은 서울 근교의 당일치기 산행입니다. 그 중에서도 집과 가까운 산엘 자주 찾습니다. 또 마음 맞는 몇몇 친구들과 어울리는 산행을 좋아하지만 나홀로 산행도 자주 합니다.
혼자 산에 갈때는 간식이나 중식거리에 막걸리 한 통을 빠뜨리지 않지요. 제가 자주 찾는 나홀로 산행코스는 관악산과 예봉산의 비교적 무난한 두 세개 코스입니다. 그중 바위를 타고 넘는 곳이 몇 곳 있고 경사도 좀 급한 구간들이 섞여있는 관악산엘 자주 갑니다. 그렇지만 그 바위길이 아주 위험하거나 어려운 길은 아닙니다.
밋밋하게 올라가고 내려오는 산길보다 재미가 더 있어 그런 길을 더 찾게 되었습니다. 어느 구간에서는 밧줄의 도움도 받고 어느 곳에선 두 손도 사용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아주 위험한 코스는 혼자 갈 때는 피합니다.
몇일 전 쾌청했던 날엔 혼자서 관악산 버섯바위 능선을 타고 올랐습니다. 이 코스엔 가파른 암벽이나 밧줄, 철제 손잡이가 설치된 구간도 지나야 합니다. 그러나 이 길엔 등산객이 많지 않아 조용해서 좋습니다.
한 바탕 땀을 흘리며 올라와 정상 가까운 주능선의 그늘진 바위에서 산상의 오찬을 즐겼습니다. 방송국 안테나 세 개가 하늘을 찌를 듯 높다랗게 서있는 봉우리 바로 아래입니다.
오찬이라고 했지만 그냥 사과 한 개, 인절미 한 팩, 물과 막걸리 각각 한 통뿐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맛있는 한 끼 입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눈 아래에 펼쳐지는 서울의 남쪽 시가지와 한강, 건너편 청계산과 이어지는 연봉들과 무언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연두빛 신록에 물든 산색깔이 정말 좋습니다. 저는 이 신록을 좋아해 해마다 이맘때면 신록산행을 자주 했습니다.
흘렸던 땀이 마르며 시윈했던 몸에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면 하산 준비를 하지요. 그날은 연주암에서 계곡 길을 따라 과천 정부청사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산길이 거의 끝난 곳의 계곡가 작은 바위에 누군가가 정성스레 쌓아올린 돌탑이 위태롭게 서서 따뜻한 봄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서울대 공과대학쪽 들머리에서 시작한 산행은 약 다섯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이날 지출한 비용은 교통비가 무료여서 고작 5,000원도 안 들었답니다. 이만하면 정말 가성비가 높은 취미생활이지요?
검단산에 올랐다 (0) | 2021.06.27 |
---|---|
북한산 비봉 산행 (1) | 2021.06.23 |
할배들의 수리산 등산 (0) | 2021.05.07 |
< 지리산 종주기 - 2 > (0) | 2021.04.28 |
지리산 종주기 - 1 (1) | 2021.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