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히 살펴보면 주변이 모두 絶景
꼭 집을 떠나 멀리 떨어진 이름난 관광지로 가야만 절경을 볼 수 있을까요? 산 깊고 맑은 계곡물 콸콸 흘러야만 명승이고 구경할 가치가 있는 경치인가요? 높은 절벽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창해를 내려다 봐야만 제대로 된 바다의 장관을 봤다고 하시렵니까?
짓궂게 내리던 가을비가 그치고 조금 일찍 찾아 온 쌀쌀했던 날씨도 다시 정상적 기온으로 됐습니다. 하늘은 한없이 높고 파랗습니다. 서울 주변의 산들에도 위에서부터 약하게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공원의 수목들에도 가을빛이 스며듭니다. 그 속에 섞인 감나무나 유실수들의 열매들도 노랗거나 빨갛게 익어 가을의 정취를 자아냅니다.
이들 모두가 정말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고 절경들입니다. 보는 이의 생각에 따라 표현은 달라지겠지만 저에게는 틀림 없는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맑은 하늘에서 빛나는 햇살을 받아 강물위에 넖게 펼쳐 반짝반짝 반사하는 한강물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일경(一景)이고 비경(秘景) 이지요. 또 엷은 안개가 덮인 이른 아침의 도시 위로 비스듬히 내려앉는 밝은 햇살은 멋진 동양화를 연상시키지요.
저는 한강과 남산이 가까운 동네에 삽니다. 한강을 끼고 남산까지 이어지는 숲이 무성한 야트막한 산줄기는 제가 즐겨찾는 산책길입니다. 어느 날엔 산길 대신 한강으로 나가 둔치길을 걷기도 합니다. 산길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좌우의 서울은 그 자체가 절경들의 집합체 입니다. 북으로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병풍처럼 서울도성을 싸안고 있습니다.
강건너 남으로는 관악산, 청계산, 그리고 동쪽 멀리엔 불암산과 수락산 준봉이 서울 외곽을 지킵니다. 한강 둔치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수려한 풍광도 강물과 어우러져 함께 흐릅니다.
오늘 아침에는 남산의 동쪽에 있는 약수동의 매봉(해발172m)에 올랐습니다. 거기엔 서울 강남과 잠실을 한꺼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아담한 팔각정이 있지요. 그 팔각정에 오르면 잠실쪽에서 동호대교를 향해 곧게 흐르는 한강이 멋진 모습으로 한 눈에 들어 옵니다. 강 저 뒤에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롯데타워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았고요. 이 한강에 아침햇살이 내려앉아 하얗게 반짝이는 광경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절경이고 장관입니다. 이 경관이 좋아 저는 앞으로도 이 매봉의 팔각정을 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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