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멋진 산지형 공원에 반해
서울생활 54년만에 처음 만난 멋진 공원을 친구들과 걸었다. 여러번 이름과 명성은 들었지만 이처럼 내 마음을 잡아 끌 줄은 미처 몰랐다.
공원 이름은 좀 생소하게 들리는 '서리풀'공원. 근처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산다는 서래마을이 있어 서리풀이 그와 연관되는 외국 이름인 줄 알았다. 네이버의 어학사전에서 검색하니 '서리풀'이란 단어는 없고 서리풀공원에 관한 설명만 나왔다.
그런데 거기에 나오는 중국어 설명엔 霜草公園으로 씌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말 서리(霜)와 풀(草)의 합성어란 말인가? 어쨌든 정말 걷기 편하고 마음에 드는 산책길 이었다.
대학 동기 넷이 11월14일 오전10시 지하철 고속버스 터미널역 3번 출구에서 만나 서리풀공원을 걸었다. 사평대로 위로 지나는 육교를 건너 성모병원 동쪽 동산자락길 입구에서 시작, 방배역 근처 청권사까지 이어지는 약4.1km산길이다. 그 중 2.3km는 유모차를 밀고 갈 수있는무장애 데크 길이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만추의 단풍에 푹 젖어 있었다. 70살을 넘긴 초로의 우리들도 그 단풍색깔에 물들어 걸었다. 도중에 나타난 공원이 몽마르뜨 언덕이다. 근처 마을에 몰려사는 프랑스인들을 배려해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반포대로가 공원 가운데를 가로질러 두개로 나뉘었지만 그 대로 위를 건너는 누에다리가 갈라진 둘을 잇고있다. 우리들은 두차례 전망좋은 쉼터에서 쉬며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누고 옛추억들과 세간의 관심사들도 함께 공유했다.
누에다리를 건너면 더 넓고 긴 공원이 방배역이 있는 효녕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중간쯤엔 지금은 이전해 간 주요군사시설 정보사터가 있다. 산 아래로는그 시설 이전 이후 뚫린 터널이 지나지만 공원은 남단의 청권사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대법원 옆을 지나 방배중학교로 이어지는 도로를 지나가는 서리풀다리를 건너 주택가로 내려와 청권사에서 걷기를 마감했다. 반포동에서 약 두 시간 동안을 걸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우리들은 지나간 시절 산업현장에서 경험한 숱한 추억들과 무용담들도 함께 나누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나 건설회사의 엘리뜨 사원들만이 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방배역에서 뒤늦게 합류한 동기 한명을 포함해 다섯 동창들은 근처 맛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못 다 한 얘기들의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