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屋 大門에만 붙이란 법 없지요!
24절기의 첫번째이자 봄이 이날부터 시작된다는 입춘. 옛부터 조상들은 이 날을 祥瑞로운 날로 생각해 나름대로의 의미있는 의식을 가졌었지요. 그 의식들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깨끗한 한지(韓紙)에 세로로 크고 굵게 쓴 입춘첩을 대문에다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立春大吉] [建陽多慶] 이라고 썼는데 간혹 龍 또는 虎, 외성인 문장자(畏聖人 聞長者) 등 다양하지요. 이런 글들을 입춘방(立春榜) 또는 춘첩(春帖), 입춘서(立春書), 입춘축(立春祝) 등이라고도 했지요. 이 방(榜)을 집밖에서 볼 때 오른쪽 대문엔 입춘대길, 왼쪽 대문엔 건양다경을 붙였습니다.
이것을 붙이는 시간도 엄격히 따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무때나 써붙여도 무방하답니다. 대문짝의 위치는 좌청룡(左靑龍 右白虎)의 원리에 따랐답니다. 그렇다면 두 짝으로 구성된 대문의 좌우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일반적으로 집의 방문은 방의 안쪽에서 밖으로 밀어서 엽니다. 반면 대문은 집 안쪽에서 안쪽으로 당겨서 엽니다. 따라서 대문을 당겨서 열려면 대문을 바라보고 서야합니다. 사람이 안에서 대문 열 때를 기준해서 좌우의 문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밖에서 볼 때 건양다경은 왼쪽대문, 입춘대길은 오른쪽 대문에 각각 붙인다고 합니다.< 네어버 지식백과 >
그런데 입춘 날인 2월4일 늦은 저녁 제가 사는 아파트 동(棟)의 공동현관 대형 자동 여닫이 유리문에 입춘방이 붙어 있어 놀랐습니다. 필체도 훌륭했습니다. 비록 두 짝의 문은 아니지만 밖에서 보면 읜쪽에 <건양다경>, 오른쪽에 <입춘대길> 방이 붙어 있었습니다. 저는 40년 넘게 아파트에서만 살았는데 아파트 현관에 붙은 입춘방을 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입춘방을 한옥의 대문에만 붙이라는 법은 없지만 대형유리문의 입춘방이 주는 생경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이 현관문을 통해 들어와야 하는 세대수는 최소한 70여 세대입니다. 이 아파트 한 동(棟) 주민 전체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주는 얼굴도 모르는 분의 정성이 고마울 뿐입니다.
< 2023년2월6일 아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