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한 시간 거리에 두 봉우리
두곳의 팔각정 현판은 '鷹峰山亭'
우리 동네엔 경치와 조망이 매우 좋은 야트막한 동산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울숲에서 한강을 따라 남산까지 이어지는 야산들입니다. 이 구간의 한강 또한 물이 맑고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절경이어서 옛부터 동호라고 불렸답니다. 강변의 동산들 자락을 따라 중앙선 철도가 운치있게 지나가지요.
서울숲 바로 옆에서 숲을 내려다 보는 곳엔 산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낮은 응봉이 있습니다. 그 봉우리는 봄철이면 샛노란 개나리꽃으로 뒤덮이는 명소입니다. 그때문에 '개나리동산'으로 더 많이 불리는 산입니다.
거기에서 남산쪽으로 조금 가면 대현산으로 불리는 봉우리가 있는데 주변엔 상당히 커다란 장미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근의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축구장 4~5개 넓이쯤 되는 공원도 있습니다. 그 공원의 이름은 응봉공원과 대현산 배수지공원이 혼용되고 있더군요.
거기서 다시 남산쪽으로 계속되는 경사로를 올라가면 대경상고와 해병대부대가 있습니다. 부대의 동쪽과 남쪽엔 한강과 강남지역, 북쪽과 서쪽엔 서울 구도심과 남산의 N타워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펼쳐집니다.
부대를 지나 경사 완만한 능선을 20여분 오르면 남산을 마주보는 봉우리에 닿습니다. 그 봉우리를 매봉이라고 하는데 안내표지엔 해발 172m로 씌어 있습니다. 남산보다는 한참 낮지만 조망은 남산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눈 아래엔 한강이 흐르고 동쪽으로는 잠실과 롯데타워, 그 너머엔 남한산 능선이, 강 건너엔 서울의 강남 도심과 청계산, 관악산이 손짓합니다.
매봉에서 보면 개나리 많이 피는 응봉이 저 멀리 약간 낮은 곳에서 보입니다. 그런데 두 봉우리에 모두 날렵하게 멋을 부린 2층짜리 팔각정이 있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정자 2층에서 바라보는 멋진 조망때문입니다. 저도 갈 때마다 올라가 경치를 조망하며 사진도 찍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두 팔각정에 달린 현판의 이름이 똑 같이 응봉산정(鷹峰山亭)입니다. 가로로 만들어진 직사각형 현판입니다. 딱 하나 차이 점은 서체가 서로 다르다는 것 뿐입니다. 동명이정(同名異亭)이라고 해야겠지요? 두개의 정자 사이를 수시로 오가는 저는 그저 즐거울 뿐입니다. 행복이 뭐 별건가요? 이처럼 작고 소소한 주변의 자연경관이나 사물들에서도 행복은 느껴집니다! 저는 토끼 해인 계묘년 올해도 토끼처럼 부지런히 이 동산길을 걷고 달리려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토끼 띠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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