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듯한 단풍에 붉어졌을까?
온 세상을 붉게 단풍 이 물들이며 지나간다. 사라지려는 붉은 물결의 끄트머리 한 자락이라도 잡고자 11월10일 친구와 둘이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날씨는 맑았지만 코로나사태 이후엔 매우 드물었던 짙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심술을 부렸다. 공원입구에서 보는데도 주변의 청계산과 관악산이 뿌옇게 흐리게 보일 정도였다.
그 탓인지 단풍놀이 나온 사람들은 아주 적어 한가로왔다. 친구와 내가 공원을 독차지 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바쁠 것 없는지라 마음껏 여유롭게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
대공원은 우거진 수목들이 빚어내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그러나 이날의 모습은 벌써 절정기가 지난 상태였다. 달려있는 잎들보다 땅에 쌓인 낙엽들이 더 많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몇그루 赤丹楓 나무들이 늦게 찾아준 우리들을 반겨주듯 붉은 색을 뽐내고 있었다. 노란 잎을 아직 달고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도 몇 그루 있었다.
공원입구로 나오니 붉은 색으로 몸단장을 한 홍학무리들이 일찍 스러져가는 붉은 단풍을 대신해 붉은 춤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불과 두 시간여의 산책이었지만 이 보다 더 좋은 단풍놀이도 별로 없을 것 같았다. 가볍게 내딛는 우리들의발걸음 소리를 타고 가을도 점점 더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