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사이 온 세상이 꽃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겨울 끝자락의 찬바람 속에서 피어나는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불어 주던 노란 색의 나팔소리를 신호로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나기 시작 했지요. 그랬는데 며칠 훈풍이 불며 날씨가 따뜻해지자 하룻밤 새 사방이 꽃의 바다로 변해버렸습니다. 목련도 피었고 벚꽃도 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꽁꽁 얼어붙은 땅 아래서 온 겨울을 웅크리며 보냈던 각종 화초들도 기다렸다는 듯 파아란 봄하늘을 향해 녹색의 잎들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수선화는 이미 노란꽃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좀 늦게 피는 튜립도 벌써 동작 빠르게 몇송이를 피워놓았습니다.
이처럼 사방에서 다투어 피어나는꽃들의 불길 속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밝은 햇살과 살랑거리는 봄바람의 꾐에 이끌려 틈만 나면 꽃길로 산책 나가지요. 어제도 한강과 서울숲의 숲길을 산책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응봉산의 개나리들이 노란 소리로 크게 봄노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그마한 바위산을 개나리꽃이 온통 노랗게 뒤덮은 채 물들이기에 개나리 동산으로 더 알려진 봉우리 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따뜻해진 날씨에 꽃들도 올해는 한 주일 쯤 빨리 피었다고 합니다.
개나리산 앞 한강의 둔치에도 짙은 연두빛 가지들을 널어뜨린 버들이 봄바람에 흥겨운 춤을 춥니다. 한강으로 흘러드는 중랑천을 가로 지르는 나무 다리 아래엔 봄눈 녹은 물이 흘러온 듯 평소보다 많은 물이 찰랑댑니다. 그 개천의 물속에선 겨울잠에서 깨어난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치고 다닙니다.
중랑천을 건너면 서울 동쪽의 명소 서울숲의 봄잔치가 한창 입니다. 서울숲의 숲길엔 벚꽃들이 활짝 피었고 그 옆 철조망 너머엔 봄볕을 즐기러 나온 꽃사슴들이 상춘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숲속 작은 연못가엔 커다란 수양버들이 강남으로 보낼 서울의 연두색 봄소식을 적은 잎들을 잔뜩 달고 있습니다. 넓고 넓은 서울숲의 곳곳엔 온갖 봄꽃들이 가득 합니다. 빨리 꽃을 피웠던 벚나무와 목련은 벌써 하얀 꽃잎들을 떨어뜨리기 시작하네요. 빨리 핀 개나리들 때문에 올해 응봉산 개나리 축제는 일주일 앞당겨 3월25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 화창한 봄날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아내랑 함께 마냥 걸었습니다. 개나리 동산을 걸었고 한강 둔치길도 지나갔습니다.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치는 중랑천을 건너 서울숲까지 갔습니다. 그야말로 봄기운 흠뻑 머금고 걸었답니다. 그렇게 걷고 온 걸음수가 11,000보쯤 됐습니다. 겨우 일만보 쯤의 발품만 팔면 얻을 수 있는확실한 행복입니다.
그리고 찍어 온 꽃사진들을 다시 꺼내 보면서 화창한 봄날 오후 한 때를 멍 때리며 보냈지요! 이만하면 더 바랄 것 없는 즐거운 하루 아닐까요? 벌써 봄날이 가고 있습니다. 역시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가 봅니다. 아름다운 봄꽃들 역시 우리들 곁에서 오래 머물진 않겠지요? 어서 나가서 꽃들과 어울리고 봄기운 듬뿍 받아 보세요. 내 귀엔 벌써 "봄날은 간다"라는 정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석 인 호] [오전 8:19] https://youtu.be/FBf6MhSwuYk
< 2023년 3월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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