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색시 분홍치마 닮은 게발선인장 꽃
초겨울에 화사하게 피어 즐거움 선사
첫 돌맞이 아기의 티 없이 맑은 표정인들 이처럼 밝고 아름다울까? 화사한 봄날 산들바람에 하늘거리는 새색시 연분홍 치마가 이렇게 예쁠까? 입동을 지나 명실상부한 겨울로 들어가는 늦가을 오전 한 때. 오늘은 눈이 내린다는 소설이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밝기만 하다.
늦은 아침 식사 후 차 한 잔 마시며 예쁘게 피어난 분홍빛 꽃들을 완상하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도 잊었다. 아파트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햇살이 거실바닥에서 춤을 춘다. 그 중 일부는 분홍빛 꽃들에 내려앉아 꽃들을 더 화사하게 단장하기 바쁘다. 잎은 없지만 사방으로 벋어나가 휘어진 짙은 초록색 줄기들마다 한 송이씩 맺혔다. 이름도 특이한 ‘게발선인장’꽃. 그 모습이 마치 게들의 다리를 닮아 그런 이름이 지어진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아주 좁은 서민형 아파트 5층에 산다. 최근에 지어진 것이어서 베란다까지 확장한 탓에 그런대로 지내지만 제대로 된 화초들을 가꾸려면 옹색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꽃 가꾸기를 좋아하는 집사람은 소형 화분들에다 화초 두 세 가지를 가꾸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이처럼 꽃을 가득 피운 게발선인장이다. 그동안 날씨가 따뜻해 손바닥 만큼 남겨진 앞 베란다에서 키웠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 어느 날 길게 자라서 늘어진 초록색 가지들마다 작은 꽃봉오리들이 맺히기 시작했다.
외부의 기온도 새벽엔 영하로 떨어져 좁지만 따뜻한 거실 안으로 옮겨 놓았다. 그랬더니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더니 며칠 사이 전체가 분홍색으로 화사하게 피었다. 선인장은 성장력이 좋아 아무데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손길이 덜 가는 식물이다. 그래서 밖에 버려두다시피 했지만 이처럼 예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와 기쁘게 해 준 선인장! 오늘 밝은 햇살을 받으며 화사한 연분홍 빛 웃음을 안겨주는 꽃을 바라보며 속으로 ‘선인장아, 고마워!’라고 해주었다. 비록 작은 화분에 피어난 흔한 선인장꽃이지만 너무 예뻐 나는 감탄했다. 어느 친구는 조그만 자연현상들에 대해서도 감동할 줄 아는 내가 부럽다고 했었다. 그야말로 나만이 느끼는 작은 행복의 시간이었다. 작은 것에도 아직 기뻐할 수 있는 감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 2023년11월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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