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 시절 친구들은 나이 들어도 철 안드는 듯
코흘리개 시절에 사귄 친구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가 보다. 경상도 깡촌의 작은 성주읍에서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아직 철이 덜 든 애어른들 10명이 뭉쳤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7일 저녁 5시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음식점 '갈비마을'에서. 이 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대도시로 전학가는 바람에 소식이 끊겼다가 10여년 전에야 연락이 다시 닿은 친구가 경영하는 대형 음식점이다. 친구는 그동안 음식점 사업으로 서울은 물론 부산 등 지방에서도 크게 성공한 사업가 이다.
다시 연락된 친구는 3년전까지도 용인에서 음식점을 하면서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친구들을 수시로 불러 어울렸다. 우리 친구들도 그 곳에서 공식적 모임들을 몇 차례 가졌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덮치기 직전에 그는 그 음식점 사업을 일단 접었다가 지난해 가을 다른 곳에서 새로 음식점 사업을 시작했는 데 이날 우리가 모인 곳이 바로 거기였다. 서울이나 일산 부천 등지에 사는 친구들에겐 꽤 먼 곳이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적 코흘리개 동무들에겐 거리의 원근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들은 그렇게 모여 안부를 묻고 건강 이야기부터 추억속에 꼭꼭 묻어 둔 온갖 이야기들을 아낌 없이 나누어 가졌다. 모임 시작 때는 소주와 맥주를 탄 시원한 '소맥'이었지만 마지막엔 전라북도 고창의 특산품 복분자술로 마무리했다. 그 사이 오고 간 술잔의 수를 굳이 세지도 않았지만 셀 수도 없을 만큼 마셨다. 이날 참석한 홍2점 친구 중 한 사람은 음료수를, 다른 친구는 남자동창들과 함께 소주와 맥주를 주량 껏 마셨다. 많이들 마셔댔는 데도 별로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이는 사장의 특별 배려에 의한 정말 맛있는 A급 고기 안주가 뒷받침 된 탓이었으리라. 특히 막판에 부사장인 안주인이 정성껏 내어 놓은 싱싱한 육회도 술에 관한 한 제대로 철이 들지 못 한 애늙은이들의 취기를 잠 재운 듯 하다.
안주가 좋으면 술도 취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무려 3시간이 넘게 먹고 마시고 떠들었지만 좀처럼 끝을 낼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집이 가장 먼 데다 다음날 병원진료 예약이 있는 친구의 호소에 따라 9시쯤 일어나 남과 북으로 헤어져야 했다. 가장 먼 친구는 지하철로 갈 경우 3시간이나 걸리니 어쩔 수가 없어 일어섰다고 봐도 될 듯하다.
이 자리에서 코로나 기간을 포함해 6년동안이나 모임을 이끌어 왔던 회장과 총무를 쉬게 해주고 음식점 사장이 모임을 이끌어 주기로 했다. 초등학교 동기들은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어 할배 할매가 되어도 만나기만 하면 여전히 코흘리개가 되는가 보다. 그래서 초등학교 동창들이 가장 막역한 죽마고우가 되는가 보다.
< 2023년12월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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