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첫 1백만부 찍게 한 역전의 용사들
오가는 술잔속엔 지난 날의 추억담들이 가득
낡고 허름한 2층 시멘트 건물이 흔들릴 정도였다. 오가는 술잔들과 정담으로 만남의 기쁨이 층만한 공간이었다. 입추의 여지가 없이 꽉 들어찬 손님들로 그다지 넓지 않은 음식점 2층은 정말 붐볐다. 그 방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4개의 테이블에 두 줄로 길게 앉은 20여명과 조금 떨어져 앉은 또 다른 네 반가운 사람들. 그들은 지난 날 한국언론사상 처음으로 신문발행부수 1백만부를 돌파시킨 중앙일보 판매국 선후배들이었다. 약 반세기전의 일이었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아직도 그 때의 열기와 희열이 남은 듯 느껴졌다.
판우회는 9일 오후4시반 남대문시장 막내횟집에서 송년모임을 가졌다. 이날은 일찍 찾아왔던 초겨울 추위가 갑자기 사라져 봄날처럼 따뜻했다. 각종 모임들로 붐빌 것에 대비해 토요일 오후에다 시간까지 앞당겼건만 우리들 외에도 손님들이 몰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 바람에 조금 늦게 도착한 일부 사우들은 따로 떨어진 다른 좌석에 앉아야만 했다. 그렇지만 정을 담아 주고받는 술잔들과 정담들은 좌석의 위치를 따지지 않았다. 그 바람에 우리들의 사우애 열기는 더욱 뜨거워져만 갔다.
이날은 각종 산해진미가 풍성하게 제공돼 회원들은 신이 났다. 특히 그 음식들 중엔 계절의 진미 대방어회와 고급어종인 참복회, 참가자미 세꼬시, 아주 귀한 대왕 골뱅이까지 나와 입맛을 돋우었다. 강원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명환사우는 이 요리들을 직접 갖고 올라와 큰 박수를 받았다. 이 밖에 고급 양주와 중국 명들도 다량 나왔다.
이 바람에 판우회 사우들은 각자 양껏 먹고 마시며 사라져가는 한 해를 아쉬워 했고 다가 올 새해의 꿈도 함께 나누었다. 여기에다 장영수 화가 겸 시인은 그가 그린 동양화가 실린 사계절 탁상 달력을 나누어 주어 송년의 의미를 실감나게 했다.
약 두 시간에 걸쳐 계속된 막내집 송년회가 아쉬웠던 대부분의 사우들은 북창동 골목으로 건너갔다. 그들 모두 지나간 시절 이 골목에서 엮었던 밤 시간의 추억들이 담겼을 거리였다. 처음 찾아간 집은 만원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찾아 다니다 들어간 널찍한 호프집에서 다시 송년모임의 여흥을 이어갔다. 올해86세이신 두 선배분의 송년 덕담을 시작으로 맥주와 약간의 소주를 마시며 즐거움을 이어갔다.
주량이 약한 나는 도중에 살그머니 빠져 나와야 했다. 그 때가 7시40분. 남은 사우들이 얼마나 더 머물렀을진 모르겠다. 정말 즐겁고, 맛있고, 和氣와 酒氣가 함께 물씬 물씬 풍겼던 송년모임 이었다. 이날 밤 찍은 스케치 사진과 인물 사진 몇 장을 본인들 동의 없이 여기에 공유한다. 양해 해주리라 믿으면서.
< 2023년12월10일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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