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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햇살이 앗아간 漢江의 색깔

사진 소묘

by 솔 뫼 2023. 12. 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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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대부분이 눈부신 하얀  반짝거림들로 뒤덮여

 

겨울 한낮의 햇살에 반사돼 본래의 푸른 빛을 잃은 한강(위)과 하얀 실루엣이 예쁜 억새꽃들(아래).

구름 한 점 없는 초겨울 한낮의 하늘이 무척 파랬습니다. 몇일동안 몰아치던 늦가을 추위가 물러나고 따스했던 12월3일 한낮에 한강 둔치와  그 옆의 동산을 산책했습니다. 오후2시쯤 된 때여서  머리 위에서는 햇살이 밝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바람마저 거의 없어 마치 이른 봄날처럼 느껴졌습니다. 점심 식사 후의 나른함도 달랠 겸 집사람과 함께 나간 산책길이었습니다. 집에서 도보로 10여분만 나가면 한강과 서울 강남의 시가지가 눈 아래 펼쳐지는 야트막한 응봉산에 도착합니다. 말이 산이지 중랑천이 한강으로 합류되는 곳 부근의 바위절벽 위 작고 야트막한 동산입니다.
 

개나리동산 응봉에서 아침에 바라 본 한강과 관악산. 강물 참 푸르지요?


봄철이면 동산 전체가 노란 개나리로 뒤덮이는 '서울의 관광 명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개나리 동산'이라고도 부릅니다. 잠실쪽에서 흘러 오던 한강은 개나라 동산 아래서 중랑천 물을 받아들여 동호대교와 한남대교를 향해 느리게 굽이쳐 흘러가지요. 길게 굽이치는 강물의 잔잔함이 호수 같다고 해서 예부터 이 부근의 한강을 동호라고도 부르는 절경입니다.
 

개나리 동산인 응봉에서 아침에 바라 본 잠실 하늘.
응봉에서 아침에 찍은 성수대교.
금호산의 매봉에서 바라 본 한강.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물을 '푸르다' 또는 '파랗다'고 표현합니다. 그렇지만 응봉에서 내려다 보는 한강은 그날의 날씨나 시간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며 흘러갑니다. 맑은 날은 푸르다 못해 새파랗게, 흐린 날은 하얗거나 회색으로, 노을이 곱게 물드는 아침이나 석양엔 붉게도 변하지만 보통은 푸르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맑은 날 낮이라면 대체로 푸르게 흘러 가지요. 그런데 우리 부부가 응봉에 올랐을 땐 한낮인 데도 수면의 대부분이 온통 눈 부실정도로 하얗게 반짝거렸습니다. 한얀 반짝거림 위로 한강에 걸린 다리들은 검게 보였습니다. 강 너머의 관악산과 하늘은 청색으로 선명하게 보였는데 말입니다. 물론 강물 자체야 아무 색깔이 없지요. 내일은 어떤 색깔이 될까요?
 

금호산의 매봉에서 아침에 바라본 잠실쪽 한강. 강 너머 롯데타워가 우뚝합니다.
약간 서쪽으로 옮아간 태양이 파란 강물에 흰꼬리를 드리우고 있네요.


강물에 비치는 해가 하안 꼬리를 길게 물 위에 내리는 건 종종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어제처럼 아주 맑은 한낮에 수면 대부분이 하얗게 반짝거리는 건 처음 봤습니다. 아마도 동지가 가까와 진 때여서 태양의 고도가 일년 중 가장 낮아졌기 때문이겠지요? 응봉에서 내려와 한강 둔치를 걸을 땐 우리의 앞쪽에서 해가 비치고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우리들 앞에서 햇빛을 역광으로 받는, 갈대인지 억새인지 모를 솜사탕 같은 꽃들이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물론 새하얀 꽃들 가운데는 검은 그림자가 생긴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꽃의 둘레는 새하얬습니다. 간간이 약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이 그 꽃들을 간지리다 내 얼굴도 기분좋게 간지려 주며 스쳐갔습니다.
 

갈대인지 억새인진 모르지만 역광에 보이는 새하얀 실루엣이 참 예쁩니다.


제가 사는 곳이 서울숲에서 한강을 끼고 남산으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동산들이 지나는 곳입니다. 그 때문에 저는 아침 산책길에 서울의 해돋는 모습이나 아침 햇살이 한강에 반사되는 아름다운 광경들을 자주 즐깁니다. 그 멋진 광경들 중 몇 장면을 여기에 함께 공유해 보았습니다. 물론 촬영 장소와 날짜는 같지 않습니다.
 

< 2023년12월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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