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매단 활 모양 무지개 빛에 감탄
겨울에 무지개를 본 적 있습니까? 또 거꾸로 뜬 무지개는 본적 있습니까?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야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서 잘 알리라 믿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철에, 어떤 상황에서 예쁘게 하늘을 수놓는 일이 많을지도 당연히 알고요.
우리들의 상식에 따르면 날씨가 추워져 겨울이 가까운 때라면 비가 내린다 하더라도 무지개 뜨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니 비가 오지도 않은 초겨울 이른 아침이라면 그럴 일은 더욱 없겠지요? 게다가 거꾸로 매달린 무지개가 뜨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야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무지개를 분명히 보았답니다. 따뜻하던 기온이 갑자기 곤두박질한 11월11일 아침8시쯤 서울 금호동의 기온은 영하1도나 영도쯤 됐을 것 같습니다. 이날 아침 서울의 공식 최저 기온은 영하2도 였답니다.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할찍 핀 국화가 더 샛노랗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게다가 바람까지 살짝 불어 꽤 쌀쌀한 느낌이 드는 그 시간 저는 동네 공원에서 아침 운동을 했습니다. 30kg 중량의 벤치프레스 운동을 하느라 누워서 하늘을 보니 선명하게 무지개가 떠 있었습니다. 그 때 하늘엔 엷은 구름이 끼어있어 무지개가 아주 예쁘게 거꾸로 매단 할처럼 보였습니다. 길이는 그다지 길지 않았지만 느슨한 활 모양 이었지요.
구름에 무지개처럼 오색영롱한 형태가 비치는 걸 채운(彩雲)이라 한다네요. 사람들은 이를 보면 좋은 징조라고 여긴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지난해 대통령 취임식 날에도 하늘에 채운이 떴었다는 보도가 생각납니다. 채운은 구름의 미립자 물방울이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살짝 얼어 햇빛에 반사되면서 거꾸로 비치는 역무지개 인데 보기가 어려운 장면이라고 하네요. 일출 때나 일몰 때 보는 구름 색갈과는 다른 7가지 색갈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받아 본 지인들도 내게 '뭔가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보다'고 덕담들을 보내 주었고요. 그러나 내게 이날 종일토록 특별히 좋은 일을 없었습니다. 다만 지인의 아들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선후배 동료와 친구들 만나 기분좋게 먹고 마시긴 했었답니다. ㅎㅎㅎ!
< 2023년11월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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