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우정과 추억담에 白髮도 빛이 바래
시끌뻑적 떠들며 온갖 추억과 정담들 나누어
철부지적 친구들이 만나는 자리는 항상 시끌뻑적하다. 더군다나 그들이 시끄럽기로 소문난 경상도 시골 출신이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그렇지만 그런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그들은 할 말 다하고 들어야 할 내용을 빠뜨리지도 않는다.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지만 그들 모두는 즐겁기만 하다. 이날 밤 모임도 그랬다.
잔뜩 흐렸지만 봄날처럼 포근했던 12월13일 저녁5시30분 중학교 동기동창 12명이 과천시 관악산 자락의 한 오리고기 전문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들은 59년전 경북의 작은 고을 성주중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서 살고있는 동기생들이다. 동기생 300여명은 졸업 후 경향 각지로 흩어졌고 그 중 30여명이 매년 서울에서 정기적으로 각종 모임을 이어왔다. 그들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도 잠깐 멈칫거리긴 했지만 간헐적으로 모임을 이어 왔다.
그런데 이번 송년회엔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친구들만 모여 좀 아쉽긴 했다. 아마도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된 후 처음 맞는 세모여서 많아진 송년모임들이 겹쳤기 때문이리라. 이날 참석한 친구 중엔 고향에 내려가 생활하던 친구도 급거 상경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여러해 동안 회장을 맡았던 전임 회장은 깜빡 하고 있다 언제 도착하느냐는 연락을 받고서야 부리나케 달려와 12번째 참석자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모인 동기생들은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새 회장과 총무의 경과보고 및 송년사를 들으며 추억의 심연속으로 빠져 들었다. 고향에서 달려 온 친구는 최근 건강문제로 고생을 했었다. 그랬던 그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모두가 축하했고, 이어진 그의 걸쭉하고 약간 야한 건강비법에 모두가 박장대소도 했다. 학교에서 유달리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의 추억담이 이어졌고, 같은 반에서 짝궁이었던 친구와 영어 독해력 공부를 재미있게 했다는 얘기도 나누었다. 또 우리가 졸업한 후 대구로 근무지를 옮긴 은사님들을 찾아갔던 추억담들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가는 대화 내용의 대부분은 크고 작은 병마들을 극복한 친구들의 건강 회복담 등 건강관리 및 증진과 즐거운 만남에 관한 것이었다.
친구들은 모임의 즐거움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들도 얘기했다. 매년 4차례씩 가졌던 정기 모임을 두 차례로 줄이고 그 대신 형편이 허용하는 친구들끼리 매월 가벼운 산행이나 둘레길 걷기로 만나자고도 했다. 또 축적된 회비도 꽤 많으니 매년 내던 년회비도 줄이거나 없애자는 얘기도 주고 받았다. 신임회장의 선언으로 무한 리필되는 맛있는 훈제 오리고기 안주에 맞춰 주량껏 마시며 초겨울 밤의 정취를 만끽했다. 아마도 회장이 사비로 사주는 음식과 술이어서 더 많이 먹고 마신지도 모르겠다. 관악산 자락의 상쾌한 초겨울 밤을 달구며 약 두시간 넘게 이어진 즐거움은 그렇게 마감됐다.
친구들 중 서울쪽으로 귀가하던 8명은 남태령을 넘다 다시 발동이 걸려 사당동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이미 상당히 먹고 마신 후여서 그냥 지나쳐도 될 상황이었다. 그렇건만 동창생들만 만나면 철이 들지 않는 끈끈한 동기애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그렇게 다시 모인 친구들은 가볍게 맥 주 한잔씩 더 마시며 못다한 정담들을 풀어놓다 10시가 다 돼서 일어섰다. 2차 회식비는 술을 전혀 못 마시는 친구가 부담했다. 나는 그야말로 입만 갖고 저녁시간을 즐긴 셈이었다.
< 2023년12월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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