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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사람들의 외침들

단상

by 솔 뫼 2024. 3. 2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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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들처럼 큰 소리로 외쳐볼까?
"이 작은 진분홍 꽃 정말 예쁘지요?"
다툼-政派 없는 대화 했으면


관여하는 7~8개의 단톡방마다 몇몇 튀는 사람들 때문에 자주 시끄러워지곤 합니다. 더군다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 둔 때여서 그런지 조그만 일에도 신경을 건드리는 날선 언사들이 마구 날아 다닌답니다. 정말 짜증스런 때가 많아지네요. 편리하게 의사 소통을 해서 더욱 사이가 독득해 지고 친하게 지내자고 가입한 사이버 공간인데 현실은 반대로 작용하는 일이 잦아 씁쓸합니다.


봄비 오락가락 했던 며칠 전 한가한 오후 한 때의 일이었습니다. 아내가 외출하고 없어 혼자 점심 챙겨 식사 후 씁쓰름한 커피 한 잔 마시며 나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맘껏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앞에 놓아둔 핸드폰에서  카톡방의 메시지 왔음을 알리는 반짝임이 깜빡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조용해지더니 다시 깜빡거림이 이어지곤 했지요. 궁금해서 카카오톡 대화방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 중 한 곳에 빨간 표시와 함께 많은 메시지가 쌓여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그 방에 들어가니 사태가 심상찮게 진행중이었습니다. 30명 가까운 대학교 선후배들이 가입된 대화방입니다. 나이가 많은 선배가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한 생각을 곁들여 지나간 날들의 경험까지 소개하며 장문을 올려놓은 것이 발단이 되었지요. 그 분은 월남전 참전시절의 얘기와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몸소 겪은 이야기와 함께 최근 젊은 세대나 진보성향의 사람들이 펼치는 행태들에 대해 강한 어조의 비판성 의견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그보다 10여년쯤 후배가 반론에 가까운 내용의 글을 강한 어조로 다시 올렸고 그런 대화가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몇몇 다른 사람들도 대화에 끼어들곤 하면서 메시지 신호가 요란해 졌던 것입니다.
 


신호음을 묵음으로 해 둔 탓에 '까똑 까똑' 하는 시끄러운 알림 소리는 안 들렸습니다. 그렇지만 반짝이는 메시지 도착 알림 빛은 계속 깜빡 거렸지요. 모두가 틀린 이야기나 잘 못 된 내용들을 올리진 않았지만 대부분 별로 실익 없는 내용들이었지요. 다만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과 옳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들만 많이 올려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전국적 화제가 됐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에 대힌 이야기도 회자됐고요. 일부는 몰랐던 사실을 알았을 뿐더러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며 감상했답니다. 반면 좀 후배인 사람은 왜곡이 심하고 편파적 시각에 의한 제작이라고 반박했고요.  이 글을  쓰는 나도 사실은 몰랐던 부분이 여러 곳 있었고 가슴 찡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무척 많이 들었던 '고마우신 우리 대통령' 얘기 탓만은 아니었습니다.
 


평소 한 없이 사이좋게 지내오던 사람들이건만 정치나 시국, 역사적 사안에 대한 생각들은 저마다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논쟁에 가까운 대화들이 심심찮게 오갔지만 지금까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표현이 더욱 예리해지고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대학 선후배가 모인 이 단톡방은 그래도 비교적 점잖은 문자들의 설전이 펼쳐집니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선 비난과 공격에 가까운 극단적 표현까지 주고받는 일들이 잦아 안타깝디요. 아마 대면한 상태였다면 커다란 소란상태도 마다 않을 언사들의 난무도 잗았습니다. 가입자가 80여명이나 되는 다른 방에선 강한 보수정파쪽 이야기만 너무 많이 올려 댄 한 사람을 결국 많은 이들이 항의해 쫓아 낸 덕도 있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싫증나서 나도 몇 차례나 대화방에서 나온 적도 있었지요. 그랬다가 다시 불려 들어가기를 되풀이 했습니다. 불러들이는 친구의 말들은 대부분 "친구간의 말싸움을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느냐? 우리는 친구 아니가?" 하는 식이랍니다. 그러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요?
 


그날 대학선후배 다톡방을 들여다 보다 나도 마침내 긴 문장으로 한 소리 했습니다.
"이 단톡방에서 오고 가는 수 많은 글들에 깃든 의견이나 내용들 모두가 국문으로 씌었길래 이해 하기에 지장은 없네요. 저마다의 시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의견과 주장이 다름을 실감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다름들을 인정만 할 뿐 시시비비는 가릴 생각이 없습니다."고. 이어 "그러나 저도 한가지는 제가 옳다고 강력히  우기고 싶습니다. 그게 뭔지 궁금하시지요?"라고 올린 후 한동안 뜸을 들인후 다음과 같은 한 줄을 올렸습니다.

"이 꽃 참 예쁘지요? 제가 사는 소형 아파트 거실에 핀 이 호접란이 예쁘고 고운 색깔 이라고 저는 강력히 주장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바로 진분홍색 호접란 사진 몇 컷을 올려주었습니다. 저의 아파트는 조그만 서민용 아파트 입니다. 집 사람은 능력 없는 남편에게 위로받지 못 하는 답답함을 이처럼 꽃들을 가꾸며 푸는 모양입니다. 오랜 세월 집사람은 화분 한 두개를 꾸준히 가꾸어 집안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거실이 좁아 더 많은 화분을 가꿀 수는 없답니다. 아마도 공간이 더 허락했다면 집사람은 더 많은 꽃을 가꾸었을 겁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글 몇 줄을 더 올리고 대화를 마무리 했습니다.


"이 꽃에서는 시끄러운 선거철 얘기들이 안 들리고, 잘 나고 못 남, 역사적 사안의 옳고 그름에 대한 소음들도 깃들어 있지 않아서 저는 좋습니다. 이 꽃처럼 살려고 합니다. 이미 75년을 살아왔는데 무엇을 얼마나 더 얻고 좋아지겠다고 아귀다툼을 하겠습니까?"


소리 없이 내리는 창밖의 봄비가 무척 평화롭게 느껴지던 오후 한 때였었습니다. 그렇지만 엉뚱한 글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혼자 즐기려던 <고요한 오후>를 날려버린 그날 오후였습니다. 남향받이인 저의 아파트 근처엔 요즘 개나리와 벚꽃들이 활짝 피었기에 여기에 공유했습니다. 화단 한쪽엔 하얀 매화와 새빨간 명자꽃도 피었더군요.

고향의 참외밭에서 본 노랗게 익의 참외.


혹시 누군가가 "요즘 온 세상에 넘쳐나는 게 꽃인데 왜 이렇게 많은 꽃을 올렸느냐?"고 나무랄까 걱정이 됩니다. 오로지 모든 단톡방마다 꽃처럼 곱고 아름다운 말과 이야기들이 넘쳐났으면 하는 바램때문에 꽃을 많이 실었습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예쁜 참외처럼 달콤한 내용들이라면 더욱 금상첨화 일테지요? 그러니 밉더라도 예쁘게 감상해 주세요. ㅎㅎㅎ!
 

< 2024년4월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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