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산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길이었습니다.
호젓하다곤 했지만 아무도 없을 정도로 비있거나 주변이 꽉 막힌 길은 아닙니다.
이미 꽤 여러분들이 하나 둘 가을 빛에 잠기는 숲과 나무들을 보며 걷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복잡다단한 일상을 떠나서 걷는 제 마음이 이 길에서는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을 수 있었기에 호젓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혼자서 걷든 집사람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든 이 길을 자주 걷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길고 더웠던 데다 더위도 늦게까지 기승을 부렸습니다.
그랬지만 결국 기가 센 그 여름도 고운 단풍으로 단장한 가을을 이기진 못했나 봅니다.
목멱산 (木覓山)은 요즘 모두가 남산이라고 부르는 이 산의 옛날 이름이랍니다.
남산과 가까운 동네에 사는 저는 이 산을 자주 찾습니다.
혼자서 둘레길을 걷기도 하고 아내나 친구들이랑 나오기도 합니다.
눈 아래 펼쳐지는 서울 도심과 그 너머의 북한산, 도봉산 능선과 벗하며 걷습니다.
그러다 힘들면 벤치에서 쉬었고 식사 때가 되면 북측 순환도로 옆의 산장이나 남대문 시장에 들렸고요.
지난 주 화요일 낮에도 옛 시절 직장동료 10여명과 남대문시장의 횟집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맛있는 식시가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 벗님들은 한 차례 더 만남을 즐기러 장소를 옮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혼자 일행과 헤어져 이 조용한 남산 북측 순환로를 찾아서 걸었습니다.
뒤늦게 찾아 온 가을이 부지런히 남산의 초록 옷을 벗기고 울긋불긋 가을 옷을 입히고 있었지요.
모두 다 갈아 입히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새로 단장을 한 나무들과 산 윗부분은 참 예쁘게 보였습니다.
혼자서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며, 먼 산에다 한 눈도 팔고, 보행 속도의 완급을 조절해가며 즐겼습니다.
그렇게 걸으니50년 전인 1974년11월 중앙일보에 갓 입사한 후 단체로 올랐던 N타워 앞길도 떠 오르더군요. 당시엔 탑의 아래층만 완공된 상태였지요
남산 북측 길이 끝나는 곳에서 큰 도로를 건너 반얀트리 호텔을 지났습니다
그리고 골프 연습장옆 데크 로드를 통과해 구불구불 이어지는 한양도성 성곽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에선 성곽의 멋진 곡선미를 즐기다 신라호텔 지나 큰 길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벌써 한 주가 지났으니 그 사이 더 많은 나무들이 단풍옷으로 갈아입었겠지요?
< 2024년11월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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