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이 명경알처럼 새파란 하늘이 무척 차갑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울긋불긋 예쁘게 단장한 주위의 나무들은 가을의 정점에서 한껏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그런 가운데 유난히도 일찍 잎들을 다 떨구어 버린 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더 차겁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다가 올 추위가 무서워 일찍암치 겨울 준비를 마쳤는가 봅니다.
늦게까지 계속된 높은 기온때문에 제대로 물들지 않던 나무들도 슬금슬금 몇 차레 몰아친 낮은 기온에 잽싸게 예쁘장한 단풍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새 완연한 늦가을 풍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 며칠 사이 0도 가까이 아침기온이 내려가며 바람도 차가와져 초겨을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우리동네의 공원과 동산은 아직까지 멋진 가을 풍경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언론이나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단풍은 예년에 비해 볼 품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마을 주변은 그렇지가 않은 듯 합니다. 게다가 청명한 날들이 비교적 많아지면서 동해안 못지 않은 멋지고 장엄한 일출 광경도 자주 펼쳐지곤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처럼 변함 없이 정확히 계속 되는 계절의 순환을 잊었는지 모르는지 자연의 순환을 거스러는 개화 현상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초여름이 제철인 장미는 질 생각을 않고 찬바람조차 아랑곳 없이 여전히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반면 봄철의 주인인 철쭉꽃들은 불어오는 첫겨울 찬바람을 물러가는 늦겨울이나 밀려오는 봄철의 훈풍으로 착각한 듯 예쁜 분홍색을 자랑합니다.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늦은 가을과 첫 겨울 사이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봄철의 철쭉, 초여름의 장미, 아가야 색동옷처럼 예쁜 단풍, 한겨울 찬바람을 연상시키는 명경같은 파란 하늘과 앙상한 나뭇가지! 어느 것 하나 놓치거나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이 아름다운 것들을 붙잡아 두고 싶은 11월 마지막 주. 가을과 겨울 사이에 끼어있는우리 동네의 아롱진 늦가을[晩秋] 날들입니다.
< 2024년11월25일 아침 >
여행 에세이 <걸으니 보이는 것들> 出刊 (3) | 2024.12.19 |
---|---|
한강의 기적도 물거품처럼 흘러가려나? (0) | 2024.12.12 |
11기 입사 50주년 기념 모임 (0) | 2024.11.16 |
半世紀前 그 때 그 모습 (5) | 2024.09.16 |
갑자기 마음 변하면? (0) | 2024.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