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에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성동구의 한 야트막한 언덕 응봉에 섰습니다. 영하3도의 쌀쌀한 아침 기온을 어른 팔로 한 발쯤 되게 솟은 동녘 하늘의 해가 따뜻하게 녹여주는 시간입니다.
언제 바라보아도 한없이 아름답고 고요하기만 한 한강 가의 정경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조상들이 오랜 세월 가꾸고 후손들이 고이고이 지켜온 나라의 '고요한 아침' 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정신 못 차린 대통령의 정말 엉뚱하고 현명치 못 한 행동으로 온 나라가 혼돈의 상태에 빠져든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짙게 흐려진 국내 정국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게 됐고 정파마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온갖 주장과 상대방 비방만 퍼붓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강은 여전히 푸르고 관악산은 변함 없이 태고의 무게를 잃지 않고 제 모습대로 우뚝합니다.
이런 혼돈 상태로 정국이 계속 흘러가다간 오래된 유행가 '신라의 달밤' 한 귀절만 온 국민이 불러대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푸른 강물 흐르건만 종소리는 그쳤네.
화려한 천년사직 꿈속에 그려보며~~"
갑자기 시간이 멈춘 게 아니라 45년 전으로 되돌아 가버린 듯한 소식들만 모든 매스컴에서 흘러 나오고 들려오니 말입니다.
정말 나라의 앞날이 걱정됩니다. 외국에서도 부러워할 만큼 자랑스럽고 화려했던 한강의 기적도 이제 그 빛을 다하고 저 강물따라 한낱 물거품처럼 흘러가 버리는 건 아닐까요?
그러나 저는 믿고 싶습니다. 유사이래 수없이 당하고 겪었던 극심한 난리나 어려움들도 우리들의 백성, 다시 말해 민초(民草)들이 막아냈고 이겨냈던 그 힘을 말입니다. 어느 지인은 말하더군요. 이번에도 민초들이 엮어 낼 역사의 신(神)을 믿고 싶다고 말입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 2024년12월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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