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맞서며 더위 잊는다.
덥다. 정말 덥다. 35∼36도를 오르내리며 계속되는 복중더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만큼 견디기 힘들어서 그랬을까? 더위를 표현하는 말이 무수히 많다.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불볕더위와 같은 순수한 우리말부터 혹서(酷暑), 대서(大暑), 폭서(暴暑)라는 한자말까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나의 얄팍한 언어실력으로는 겨우 이 정도만 생각날 뿐이다.
더위를 나타내는 말이 많은 만큼 그것을 이기거나 피하는 방법 또한 많다. 사람들마다 갖가지 방법으로 효과적 피서방법을 알아내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같으면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동원될 것이고 옛 사람들은 부채, 시원한 그늘이나 물가, 계곡 등을 찾아 더위를 이겼을 것 같다.
삼복더위가 한창인 요즘 햇빛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불사를 기세로 뜨겁게 쏟아진다. 그 때문에 기온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 치솟는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듯 밤중에도 낮에 올라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계속돼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해도 나는 이를 이길 체력이 있다. 더위를 피해 갈 방법 또한 있다. 매일 아침 공원길을 걷고, 달리고, 틈이 나는 날엔 산을 오르며 더위를 피하기보다 맞서며 잊으려 노력한다. 한낮의 더위는 숨이 막힐 정도로 심하지만 아침시간은 그런대로 견딜 만 하다.
일출직전이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다고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은 아니다. 아침 시간이 여유롭고 새벽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동쪽 하늘의 구름은 유난히 아름답다. 아침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들에 맺힌 이슬방울들의 영롱한 색깔이 나를 즐겁게 한다. 한꺼번에 울어 제치는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귀를 아프게 하지만 자연이 들려주는 최상의 멜로디로 생각하며 걷고 달린다.
옅게 깔린 안개 사이로 보이는 서울 도심이 평화롭고 아침햇살을 반사하는 한강의 반짝임이 다정스럽다. 아무리 요즘의 염양세태가 불편하고 바람직하지 않게 흘러간다고들 하지만 아침햇살 머금은 안개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이 아름다움을 보는 순간만큼은 더위가 발붙이지 못한다. 걷고 달려 온 탓에 흘러내리는 땀방울들도 더위를 씻어주는 데 힘을 보탠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올해도 벌써 중복과 대서를 지났다. 벌써 여름의 절반을 보내버렸다는 뜻이다. 이제 10여일만 더 참으면 입추와 말복이 올 것이고 뒤이어 돌아오는 칠석날 밤에 여름은 견우와 직녀를 따라 오작교를 건너갈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곧 다가올 가을을 생각하며 매미들의 합창소리에 맞춰 공원의 숲길을 걷는다. 비오듯 땀을 흘리며 산엘 오르고 시원한 숲속 그늘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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