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서 소나기 맞고 떨던 기억 생생
정말 억세게 퍼붓는 소나기였다. 앞이 안 보일만큼 쏟아진다는 비가 이런 것임을 실감했다. 뿐만 아니었다. 거센 바람에 날린 비는 수평에 가까울 만큼 옆으로 퍼부었다. 게다가 번개와 천둥까지 요란한 집중호우였다. 우산은 옆으로 뉘어 비바람을 막아야 했다.
시골길 가운데서 만난 소나기 얘기가 아니다. 8월12일 오후5시 무렵 서울 금호동과 신당동 중간쯤의 고개마루에서 만난 폭풍우 얘기다. 4차선 대로옆 보도를 걷다 만난 갑작스런 수해(?)라고 해야할까? 억세게 퍼붓는 소나기에 갇혀 속수무책으로 비바람 맞으며 서있는 게 상책이었다.
도심 대로에서 졸지에 당한 水害?
집에서 가까운 아파트단지에 볼 일이 있어 아내와 함께 나선 길이었다. 종일 흐렸던 하늘에서 한 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어 우산을 챙겨 나섰다. 집에서 출발한 지 10여분 만에 비가 상당히 많이 내려 어느 음식점 추녀에서 잠시 피하다 다시 걸었다.
비가 강해지면 버스정거장 대기 시설이나 가까운 가게 문앞에서 잠시 피하다가 약해지면 다시 걸었다. 그런데 한 순간 갑자기 번쩍번쩍 하더니 우루루 쾅쾅 천둥소리와 함께 굵은 빗줄기가 동시에 퍼붓기 시작했다. 세찬 바람까지도 함께.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몰아치는 바람에 우산은 무용지물. 마침 길옆 내 키 정도의 높이에 작은 어린이 공원이 있었다. 거기에 지붕이 있는 그늘막이 있어 그곳으로 달려갔다. 지붕만 있는 그늘막이라 들이치는 비바람은 막을 수 없는 곳이다. 하늘에서 바로 떨어지는 비는 비할 수있었다. 그러나 강풍에 옆으로 날려 들이치는 비는 그대로 맞아야 했다.
30여분 이상 폭풍우 맞으며 떨어
비는 폭포수처럼 퍼부었다. 바람을 타고 들이치는 비는 온몸을 타고 훌러 내렸다. 바람을 막자니 우산을 수평으로 뉘어야만 했다. 펼친 우산을 뉘어 허리께에 대고 오들오들 떨기를 무려 30여분. 아내는 추워서 서있기가 힘들다고 했다. 바짝 몸을 붙인채 어깨를 감싸 안고 바람을 막아 주었지만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서울 한복판에서 30여 분동안 강한 폭풍우와 한기에 맞서 싸운 기막힌 소나기 추억 하나를 안고 집으로 왔다.
길가다 보면 말도 보고 소도 보고 소나기도 만난다고 했다. 오늘 말과 소는 못 봤지만 소나기는 만났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처럼 강한 소나기를 만난 건 처음이다. 그렇지만 아무도 없는 공원의 세찬 폭풍우 속에서 아내를 안고 추위에 맞섰던 추억 하나는 건졌다. 初老에 접어 든 삶의 길목에서 얻은 값진 수확으로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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