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당신들의 폭거를 오래 기록할겁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처리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절대다수인 의석수를 앞세운 집권당 더불어 민주당의 일방적 강행처리 때문이다.
야당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채 안건조정위원회 회부조차도 둘러리 야당인사를 배정해 기어이 무산시킨 후 문체위에서 기립표결로 통과시켰다. 야당은 당연히 강력히 반대했고 국내 모든 언론단체와 기자들의 우려와 반대의견도 묵살했다. 뿐만 아니라 IPI((국제언론인협회) 등 전세계의 주요 언론 관련 단체나 기관들까지도 들고 일어서 반대와 우려의사를 전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 개정법률안이 문제되는 건 너무나 과중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론기관에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로 본 피해액을 언론사 매출액 기준으로 산정해 징벌적으로 언론사에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는 묵과할 수없는 독소 조항이 있어 모든 언론인들의 공분과 반대를 사고 있다. 개정법률안 조항 중에는 손해를 입힌 보도 내용이 <반복적 허위나 조작인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 등에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 한다.>고 돼있다. 또 그런 내용의 보도에 대한 시비를 해당 언론사가 규명해야 한다는 황당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
문체위에서 법안을 강행처리 한 후 집권여당 관계자는 가짜 뉴스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은 결국 언론에 족쇄를 채워 집권층에 대한 불리한 보도를 사전에 막으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2018년 한국언론학회장을 지낸 한양대 이재진교수는 이에 대해 ''영미권에서도 2000년대 이후 판례를 찾기 힘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끌어와 언론에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자세한 법안의 내용이나 국회에서 진행된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는 잘 모른다.
다만 난 언론중재법 개정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몇몇 인물들의 변절에 가까운 치사한 행태들에 대해 꼭 한 마디 말을 하고싶을 뿐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지난 날 25년 가까운 세월 기자를 했던 나로써는 정말 말하기 힘든 비애감을 느꼈다. 그 짧지 않은 세월 나도 보고 느낀게 적지 않았다. 그 시절은 우리나라 정치-사회는 물론이고 언론상황도 정말 어둡고 힘들었던 때였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언론인 동료들은 한 토막의 사실이라도 행간 뒤쪽에 감춰 검열을 피해 세상에 내보내려고 노력했고 탄압주체(군사독재정권)에 항거했다고 자부한다. 그 과정에서 박정희정권이나 전두환 군부독재의 탄압에도 맞섰다. 왜 그랬느냐고? 우리는 언론정도를 지키기 위해 맞섰다.
그런데 이번 국회에서 전개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파동을 보며 나는 울고 싶었다. 언론계에 몸담았다가 줄을 잘 잡아 정계로 친출한 몇몇 잘 난 동료들의 행태 때문이다. 그 중엔 국내 유수의 언론사 정치부에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여당쪽 차기 유력 대선주자도 있다. 또 기성 언론사는 못 믿겠다며 언론자유를 제일 목표로 내세우며 모인 기자들이 만든 언론사에서 기자를 하다 현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기자도 있다. 그는 부동산 문제로 청와대 대변인에서 쫓겨난 후 다시 이상야릇한 정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까지 꿰어찼다. 정말 처세술이나 재주가 비상하다고 밖에 말 할 수가 없다. 그 밖에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나 말도 안 되는 폭력적 언행으로 얼굴을 국민들께 알리며 국회를 망신시키는 몇몇 함량미달 국회의원들까지 이 대열에 적극 앞장서서 강행처리를 이끌었다.
이유는 오르지 자기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한 언론족쇄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나는 비분강개한다. 제대로 된 언론인이나 국회의원 같지도 않은 이 사람들의 조변석개나 권력을 향한 양심팔기 변절행위에 한없는 저주를 퍼붓고 싶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언론을 이용했고, 권력을 잡고 나선 권익 보호를 위해 언론을 탄압하는 야비한 인간들이라고 욕해주고 싶다. 꼭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권력에 빌 붙어서 살아야 하나? 역사에 나타난 여러 간웅들이 두고두고 먹는 욕도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가?
이런 사실을 보도하던 어느 TV 뉴스에서 앵커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멘트가 귓전을 계속 때린다.
''당신들의 이름을 언론은 오래 오래 기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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