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이로 내려 앉은 파란 하늘따라 立秋가 온다! 오늘이 立秋다. 여름의 열기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절기는 벌써 가을을 알린다. 20일 가까이 지겹게 계속되던 34~36도의 혹서, 온 세상을 불사를 듯 쨍쨍 내리 쬐던 폭염도 머잖아 꼬리를 감추겠지.
어제까지만 해도 열대야의 열기가 후끈 거렸던 아침 바람이 오늘은 한결 선선하게 느껴진다. 나도 선선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공원을 걷고 달린다. 귀가 아플정도로 크게 울어 제치는 저 매미들은 가는 여름이 아쉬워서 우는 걸까?
공원옆 풀섶의 이름 모를 작은 꽃송이들은 가을을 노래하려고 피었을까? 녹음속에서 빨간 정열을 불태우는 배롱나무, 일명 나무백일홍 꽃도 이 아침엔 더 붉게 느껴진다.
초여름부터 예쁜 장미꽃을 숱하게 피어냈던 장미원엔 이젠 장미나무들을 가릴만큼 자란 가을 잡초들이 무성하다. 그 사이로 몇 송이 피어있는 철 지난 장미꽃들이 애처롭다.
머잖아 펼쳐질 파란 하늘과 황금빛 들녘, 그 들판을 지킬 허수아비의 흥에 겨운 춤이 벌써 눈에 어른 거린다. 나도 흰 머리칼 휘날리며 입추날의 아침을 힘차게 달린다. 인생의 황금기는 흘려 보냈다고 하지만 아직은 달릴 수있는 튼튼한 다리와 건강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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