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맞은 나무, 풀, 그리고 꽃!
그저께 밤에 비가 내렸다. 그리고 어젠 간간이 소나기가 내리더니 오늘은 밤부터 비가 내렸다. 비는 오늘 아침에도 내렸고 낮까지도내렸다. 때로는 좀 굵은 가랑비로, 때로는 볼을 간지럽히는 보슬비처럼 약하게 내렸다.
열흘도 훨씬 넘게 계속되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요즘은 창문을 조금 열어 두고 선풍기 바람으로 잠을 자곤 했다.그런데 자다가 빗소리를 들었다. 마치 누가 창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 잠이 깼다.
창밖엔 휘황한 가로등 불빛 몇개가 빛나고 있었다. 그 불빛들 사이로 하얀 선을 그으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간혹 부는 바람을 타고 빗방울의 시원함이 실려와 볼에 닿았다.
얼마만의 단비인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침엔 일찍 나가서 단비 맞은 초목의 생기를 보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잠들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요란한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일어났다. 한밤중엔 울지 않던 매미들이 날이 밝으면서 정말 시끄러울 정도로 울어 제친다. 비가 올 때는 그들은 거의 울지 않는다. 그런데 매미 울음 소리들이 열어 둔 창문 너머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결마냥 몰아친 것이다. 어제 아침에도 그랬고,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더군다나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요란하게 울어 제쳤다.
오늘 아침엔 밖을 내다보니 비는 여전히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접는 우산을 들고 나와 항상 아침운동 다니는 근처 공원과 동산의 숲길을 걸었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시들어 축 처졌던 풀들과 나뭇잎들이 빳빳하게 활개치며 아침바람에 한들거리고 있었다. 이미 잎이 일부 말라버린 나무에 시들어 축 쳐져 달려있던 잎들도 생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잎에 내려앉은 빗방울들을 귀한 보배 구슬인양 방울방울 담거나 달고 있는 모습들이 너무 예쁘다. 또 목이 말라 몇일째 시들어 가던 나팔꽃 덩굴에서도 생기가 솟고 뾰족한 봉오리가 꽃잎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기 흠뻑 머금은 족제비싸리 새순은 하늘로 힘차게 뻗고 있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절감했다. 그 잎들의 생기를 인력으로는 되찾아 줄 수가 결코 없다. 가랑비 내리는 동네 동산에 올라 바라보니 하늘과 강은 온통 하얗다. 그 사이에 가로로 펼쳐지는 시가지와 나무가지의 초록색깔이 그 둘을 구별해 주고 있었다.
그저께 아침엔 밤새 비를 내려주었던 하늘의 동녘엔 짙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었다. 구름 너머에 있는 햇님이 터진 구름짱 사이로 하얀 햇살을 강하게 쏟아내리고 있었다.
반면 같은 시각 서쪽엔 새파란 남빛 하늘이 청보석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 파란 하늘 아래로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나 남산을 솜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 정말 보기드문 서울 남산의 모습이었다.
언제 보아도 자연의 변화는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다. 매일 아침 천변만화 하는 자연을 보며 걷고 달릴 수있는 나는 어쩌면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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