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하늘과 해맑은 햇살이 同伴
1년여만에 수락산에 올랐다. 코로나 때문에 산행을 하지 못한 퇴직동료 여섯이 만나 올랐다. 남쪽 제주도앞 바다로 올라오는 태풍이 걱정됐지만 서울지방의 날씨는 거짓말처럼 맑았다. 새파란 하늘엔 옅은 구름 몇 줄기만 예쁘게 떠 있었고 햇살도 맑았다. 나 혼자서도 자주 올랐던 산에 옛동료들과 함께 오르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제일 연장자는 81세, 제일 연소자는 61세, 나머지 넷은 70대 초반의 나이였지만 수락산은 흔쾌히 품을 열어 주었다.
수락산역에서 10시에 출발, 매월정쪽 길을 택했다. 평탄하게 고도를 높이던 산길은 매월정 가까운 곳에서 경사를 급격히 높였지만 올라가려는 사람들을 막지는 못했다. 숨차면 쉬었고 전망좋은 곳에선 절경을 감상했다. 건너편에 펼쳐지는 북한산에서 도봉산,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연봉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올라갔다. 매월정은 시끄러운 속세를 떠나 야인의 삶을 살다간 김시습의 혼이 서린 정자란다.
매월정을 지나 급전직하의 길을 조금만 내려가면 깔딱고개다. 이 고개까지 올라오는 다른 등산로의 경사가 급해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는 깔딱고개를 지나 곧바로 철모바위로 향했다. 수락산 정상근처의 주능선에 있는 바위다. 그런데 이 구간은 그야말로 힘든 코스다. 가파른 바위길을 계속 타고 올라야 한다. 튼튼하게 설치한 철제 손잡이나 나무 데크 계단이 수시로 나오지만 두 손까지 부단히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구간의 전망은 가히 절경급이다. 바위 하나 하나를 오를 때마다 새로운 절경들이 펼쳐졌다. 사진도 찍고, 숨도 고르며 묵묵히 올랐다.
수락산역을 출발한 지 약 세시간여만에 철모바위에 도착했다. 우려했던 81세 선배의 건강은 기우였다. 마침 근처에 있던 붙임성 아주 좋은 여자 등산객에게 부탁, 여섯이 기념촬영도 했다. 사진 솜씨 또한 좋은 여자였다. 철모를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그 바위 아래의 절벽 난간에 있는 널찍한 바위에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점심을 겸한 간식을 즐겼다. 매월정에서 반만 마시고 남겨 간 동동주 반통이 맛을 더했다. 소나무 새순으로 빚은 솔잎청도 마셨다. 떡과 두부까지 차려진 멋진 점심식사였다.
하산길도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바위길도 지났고 모래알들이 뿌려져 미끄러운 마사토 길도 있었다. 발밑을 조심하며 도솔봉 아래를 지나니 거기부터 편편한 산길이 이어졌다. 산아래 계곡에서 땀을 씻은 후 천상병시인의 공원을 지나 산행을 마쳤다.
수락산역이 가까운 산길의 음식점에서 푸짐한 안주를 시켜 뒤풀이를 했다. 막걸리, 맥주, 소주로 반주도 할 만큼 했다. '절구 시래기'라는 음식점 이름이 특이했다. 한 차례 거나하게 뒤풀이 한 후 넷은 근처 호프집의 길가 식탁에서 호프를 몇잔 더 마시고 헤어졌다. 이래서 사람들은 만나야 즐겁고 신이 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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