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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은 滿山紅葉

등산이야기

by 솔 뫼 2021. 11. 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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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에 푹 빠져



온 세상이 단풍이 지른 불에 울긋불긋 타고 있습니다. 서울이라고 그 '단풍불'을 비켜 갈 수는 없겠지요. 불은 서울에도 옮겨붙어 곳곳을 붉게 태우고 있습니다.


굳이 시간과 힘을 들여 멀리 있는 단풍 명승지로 나가야만 단풍놀이 일까요? 저는 어제(11월4일) 작심하고 두 발과 다리에 힘주고 몸을 실었습니다. 짐이라곤 250cc 생수 하나와 잘 익은 귤과 박하 사탕 각각 한 개를 챙겼을 뿐입니다.

그리고 남산 팔각정과 봉수대를 향해 걸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한강과 가까운데다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서울숲-남산길이 지나갑니다. 제가 아침마다 그 중 일부 구간을 산책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오전10시반에 집에서 출발, 금호산공원 매봉의 정자에서 잠시 안개에 잠긴 서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어 버티고개 위로 난 생태연결로에서 남산의 붉은 단풍에 감탄했습니다. 이 생태연결통로는 옛 시절 도로 개설에 따라 남산과 이어지던 산줄기를 절개했던 곳에 다시 인공 터널을 만들어 산줄기를 북원, 나무를 심은 육교같은 길입니다. 이 통로를 지나 서울성곽의 유적이 일부 남은 반얀트리호텔 마당을 통과했습니다.


거기서 한남대교로 가는 4차선 도로를 건너면 남산순환도로가 시작되는 국립극장 앞입니다. 저는 국립극장을 지나 보행자 전용순환도로인 오른쪽 길로 걸어가다 남산정상으로 가는 계단길을 택했습니다.


계단길과 흙길이 교차되는 이 길은 경사도의 완급이 수시로 교차되지만 정상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붉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보이는 서울장안은 대낮인데도 뿌옇게 안개에 싸였고 뾰족하게 치솟은 N타워는 하늘에 닿아 있었습니다.


팔각정 가까운 곳에서 다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났습니다. 서울성곽도 이 길과 함께 봉수대가 있는 팔각정 마당으로 이어지지요. 서울시가지와 그 뒷편 북한산은 안개에 가려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그러나 남산 정상의 광장은 온통 붉은 단풍의 화염에 싸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때마침 내리기 시작한 한 줄기 가랑비가 그 불길을 잡으려는 듯 느껴지더군요.


비는 금새 그쳤고 저는 봉수대앞을 지나 어린이회관쪽 광장으로 내려왔습니다.그리고 남산 북쪽을 감아도는 보행자전용 순환도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 길도 입구에서 부터 곳곳이 검붉은 단풍에 불타고 있더군요. 물론 아직까지는 푸른 나무들이 많이 있었지만 단풍불은 세차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걸어서 저는 다시 국립극장앞에 회귀 했습니다. 핸드폰의 걷기 앱을 보니 집에서부터 11.58km 걸었다고 표시돼 있었습니다.


큰 길 건너 반얀트리호텔부터는 아까 지나간 길입니다. 그 길에는 오르막과 내리막 구간이 수시로 나옵니다. 그 길을 따라 약5km를 더 걸어 집에 오니 오후2시반이 채 안 된 시각. 4시간동안 약17km를 걸은 저의 '서울단풍놀이'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옅은 안개와 심한 초미세먼지도 전혀 내 발걸음을 방해하지 못 했습니다. 찬바람이 이 단풍불을 모두 끄기 전에 또 다른 단풍놀이를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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