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둔 홀어머니의 하소연
''그래도 어떡하니? 내 자식인데---!''
이 말은 집사람 친구가 긴 시간 전화하면서 한 말이다. 집사람에게 이 말을 전해 듣는 순간 나도 아는 집사람 친구의 체념한 듯 한 심정을 헤아려 보며 속이 답답해 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9월 마지막 날 오후 늦은 시각 집사람과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집근처 동산으로 산책을 나섰다. 잔뜩 흐렸던 오전과 달리 오후엔 청명하게 개인 하늘이 유난히 파랬던 날이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우는 저녁 무렵이었다. 햇님은 남산 위 한뼘쯤 돼 보이는 높이에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구청에서 정성껏 가꾸는 집근처의 장미공원엔 예쁜 꽃들이 철을 잊은 듯 제철처럼 만발했다. 더군다나 석양무렵의 붉은 햇살까지 받아 더 예쁘게 보였다. 그 장미원을 지나 한강을 내려다 보는 동산 응봉에 올라 낙조와 함께 엷게 퍼지는 저녁 안개에 젖고 있는 서울의 모습을 구경했다.
그리고 아내가 낮에 친구와 전화로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고 동창이 들려준 사연이 정말 딱하고 답답했지만 위로해 줄 방법이라곤 함께 맞장구 쳐주는 것뿐이었단다. 아내 친구는 우리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으며 나도 안다.
아내의 친구는 유력 정치인이었던 국회의원 남편과 10여년 전에 사별, 아들 둘과 살았다. 아들들은 잘 자라 좋은 직장도 가졌고 사업으로도 성공 했다. 그리고 큰 아들은 몇년 전에 결혼할 때 집까지 사줘서 분가 시켰다.
그동안 아내 친구는 남편이 남긴 재산에서 나오는 월세와 아들들이 보태주는 돈으로 생활했단다. 그런데 큰 아들은 장가를 간 후부터 매월 보태주던 생활비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끊었다. 또 결혼을 안 해 함께 살고 있는 작은 아들도 얼마전에 그의 형 못지 않게 엄마를 슬프게 했단다.
작은 아들을 위해 아내 친구는 오래전 아파트 하나를 사서 월세를 놓아 생활비에 보탰다. 다만 명의는 상속세 등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미리 아들 이름으로 해두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매월 통장으로 꼬바고박 입금되던 월세가 안 들어왔다는 것.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내 친구가 세입자에게 연락했다가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았다. 월세가 입금 안된 건 사업하는 아들이 엄마랑 상의도 없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비싼 값에 전세로 돌려 차액을 사업자금으로 써버렸기 때문이었다.
한 집에 사는 엄마에게조차 상의 없이 세입자를 내보낸 아들은 자기 몫으로 상속될 집이라서 제맘대로 했다는 것이다. 두 아들의 이런 행태를 보는 홀어머니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남편 없이 힘겹게 아들을 키워 사람 만들어 놓았다며 허뭇해 했을 엄마의 배신감이 짐작이 갔다. 아내도 같은 생각에 화가 치밀어 친구랑 그 아들들 욕을 실컷 해주었단다. 아내와 친구는 모두 자식 잘 못 키운 엄마들 탓이라며 전화를 끊었단다. 나도 정말 화가 났다.
서쪽 하늘을 보니 해는 어느 새 산위에 걸렸다. 붉은 낙조와 함께 아내 친구의
슬퍼하는 모습이 연상됐다.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후 공부 시켜 사회로 내보낸 아들들에 대한 섭섭함에 괴로와 하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 부인도 이 붉은 낙조를 바라보며 한숨 짓고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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