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산동네의 가을꽃

사진 소묘

by 솔 뫼 2021. 10. 4. 23:29

본문

가난한 마을 풍요롭게 단장


꽃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모두 아름답고 포근히 대해줍니다. 부유한 고급 아파트 동네든 가난한 산동네든 가리지 않고 제철에 잊지 않고 찾아옵니다. 보는 이가 누누든 가리지 않고 아름다움과 기쁨을 선사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주거 환경이 좀 열악한데다 지대가 높은 곳을 사람들은 산동네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하면 산동네는 사는 사람들이 가난하고 살기에 힘든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동네 라고 거기 사는 사람들이 모두 살기 힘들고 가난하지는 않은 데도 말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에도 오래전부터 산동네로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상당히 높은 곳이긴 하지만 최근엔 거기에도 깨끗한 대단위 아파트촌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오래되고 야트막한 집들이 많고 마을길도 좁아서 그러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이 동네는 다른 마을들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움도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풍경과 모습들이 좋아 자주 경사가 가파른 길을 따라 이 동네를 지나 다닙니다. 늘씬늘씬한 고층 아파트들에 가려지긴 했지만 그곳엔 정말 소박하고 정감이 넘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차량 두대가 어렵게 지나쳐 갈 정도로 좁은 골목 죄우로 층수 낮은 집들이 이어집니다. 그 집들의 앞에 있는 작은 화단이나 화분에는 각종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요즘은 가을에 피는 꽃들이 많지만 여름부터 계속 피어나는 꽃들도 많지요. 그 꽃들 대부분이 요즘 흔한 국적불명의 외래종들이 아니기에 더욱 좋습니다. 특히 옛 추억을 자아내는 나팔꽃, 분꽃, 맨드라미, 국화, 봉숭아꽃을 보면 반가운 고향친구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느 허름한 단층 낡은 기외집 앞은 꽃들이 창문을 모두 가렸더군요. 또 다른 집의 창살에는 아슬아슬하게 타고 올라 간 호박넝쿨이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고요. 좀 떨어진 어느 집 화단에선 만발한 맨드라미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금 떨어진 그 화단의 옆집 쓰레기통 앞에는 홀로 자란 맨드라미 한 그루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화단도 아니고 시멘트로 포장 땅인데 시멘트가 갈라진 틈새에서 자라 꽃을 피웠습니다. 지난해 옆집 화단의 맨드라미에서 날아와 떨어진 씨앗이 자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하며 지나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그 맨드라미의 벌어지고 늘어진 가지를 끈으로 묶어 바로 세워 주었더군요. 홀로 자라 가련해 보이는 꽃을 바로 세워 보살펴 주는 따스한 인정이 흐르는 산동네. 그래서 나는 그 높고 힘든 곳에 있는 산동네에 정이 가는가 봅니다.

'사진 소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한탄강  (0) 2022.01.15
12월, 그래도 꽃은 피었네요!  (0) 2021.12.01
明鏡과 가을 하늘  (0) 2021.09.15
비 개인 아침의 꽃과 하늘  (0) 2021.09.08
아차산 眺望에 반하다  (1) 2021.09.0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