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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그래도 꽃은 피었네요!

사진 소묘

by 솔 뫼 2021. 12. 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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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날 아침. 영하의 쌀쌀한 기온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올해도 이제 슬슬 꼬리를 감추려 하는 마지막 달이 되었습니다.

11월은 마지막 날인 어제까지도 온종일 비내리고 바람까지 몰아치며 버텼습니다.그렇지만 구름 한 점만 떠있는 새파란 12월의 첫 아침 하늘에 밀려 흔적도 없이 스러져버렸네요.

아직 햇살이 퍼지지 않은 아침 이른 시각, 차갑게 보이는 새파란 하늘엔 흰구름 한 조각이 외롭게 떠 있습니다. 뜬 그름, 그야말로 찬 바람에 밀려 떠다니다 흔적 없이 사라질 浮雲입니다. 12월 첫날 아침의 뜬 구름을 보니 공연히 제 마음이 허전해집니다.


올 한해도 그랬고 지나 온 그 오랜 날들에도 이룬 것 없이 뜬 구름처럼 살아 온 제 삶에 대한 회환 때문이겠지요? 올해의 남은 한달, 그리고 그 뒤에 올 날들도 또 그렇게 흘려보낼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런 사념에 잠겨 걷는 공원길에 뜻밖의 예쁜님들이 추위를 잊은 채 반겨주고 있어 놀랐습니다. 새빨간 장미꽃과 샛노란 장미 한 송이,그리고 가느다란 가지에 나란히 핀 노란 개나리꽃들과 길섶 시멘트 구조물 곁에서 자란 애기똥풀의 노란 꽃봉오리들 이었습니다. 6월부터 피는 장미는 제철인양 새파란 잎과 함께 피었고, 개나리는 비오는 날 싸리잎에 매달린 빗방울들처럼 가지에 달려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요. 애기똥풀  꽃봉오리들은 한가닥 비치는 아침 햇살에 꽁꽁 언 몸을 녹이는 듯 느껴졌습니다.


어떤 힘이 이 갸냘픈 생명체들로 하여금 이처럼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에 맞설 수 있게 했을까요? 말 못 하는 갸냘픈 생명들의 경이로움앞에 새삼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에게도 자기네들처럼 험한 세파를 가르며 굳세고 강하게 살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 겠지요? 예, 그렇게 살겠습니다. 하늘로 높이 솟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의 갈색잎이 내려깔린 예쁜 길이 저더러 오라고 손짓합니다.
< 2021년12월1일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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