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친 한파에 빠르게 흙으로 돌아가
코로나19 광풍에도 올 가을 단풍은 변함 없이 화려했다. 어느 날부턴가 한 잎, 두 잎 찾아와 공원과 가로수를 물들이더니 순식간에 온 천지로 번졌다. 그 단풍이 어느 새 화려함과 찬란했던 빛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긴 채 겨울준비로 바쁘다.
갑자기 몰아 친 한파와 잦았던 가을비가 너무 춥고 차기왔나 보다. 비에 젖고 추위에 떠는 맨땅과 풀밭위로 단풍잎은 소복히 이불처럼 내려와 따뜻하게 덮어 주었다. 더러는 붉게, 더러는 노랗게 땅과 풀밭을 덮은 단풍잎들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날마다 아침운동길에 나선 나를 즐겁게 해주던 빛이고 색상들이었다. 그러나 요즘 그들은 하루가 다르게 땅에 떨어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든다. 비록 바람결에 이리저리 날리고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 본색을 잃어 가지만 상관 않는 것 갇다. 찾아 올 때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져 쌓이는 낙엽들을 보며 나 역시 많은 생각에 젖는다.
때를 놓치지 않고 찾아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 한 후 미련 없이 스러져가는 잎들. 낱낱의 잎새들은 가냘프고 볼품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힘을 합쳐 세상의 색을 바꾸고 오곡백과를 키워 영글게 한다. 그리고 찬란한 빛과 색으로 다시 한 번 세상을 단장한 후 그들이 온 곳으로 돌아간다. 소리 없이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그들에게서 어떠한 미련이나 아쉬움도 찾아볼 수 없다.
따사로왔던 봄날의 추억도 있을 것이고 뜨거운 햇볕을 피해 찾아 들었던 매미들과 함께 노래부른 즐거웠던 추억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풍성하게 오곡이 익어가는 들판의 일렁이는 파도도 그리울 것이다. 그러나 잊을 수없고 떠나기 싫은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한 채 그들은 욕심 부리지 않고 떠난다.
마침 온 나라는 커다란 권력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과 집단들이 빚어내는 소음으로 난리다. 거기엔 알게 모르게 이루어 졌고 이루어 지는 온갖 추악함들도 뒤섞여 있다. 그들은 언제쯤이면 자기의 분수를 알아 이들 아름다운 낙엽처럼 찬란한 빛을 남기고 스러져 갈 줄 알게 될까?
나는 오늘도 옷깃을 여미며 쌀쌀해지는 미명의 낙엽길을 걷고 달린다. 건듯 건듯 불어오는 바람에 듬성듬성 이빨 빠진 것처럼 가지가 드러난 나무에서 나뭇잎들이 소리 없이 떨어진다. 나더러 추운 겨울을 조심해서 지내라고 하는 것 같다. 나도 그들에게 작별의 눈길을 보낸다. 새해에 또 다른 멋진 친구들을 보내 줄 그들에게. 이 나라에도 새해엔 멋진 사람들이 신나는 일들을 만들어 주리라 기대해 본다.
1년만에 모인 아홉 말뚝 (0) | 2021.11.26 |
---|---|
쓰임새ㆍ위치ㆍ모양따른 길이름 (0) | 2021.11.21 |
건강-금슬 다지는 서울 트레킹 (0) | 2021.09.26 |
맏형님의 歸鄕 (0) | 2021.08.22 |
이렇게까지 하며 살아야겠니? (0) | 2021.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