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 타고 반세기 전 청춘 시절로 날아가
대학입학동기! 이 이상 친한 친구들을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요? 흔히들 죽마고우, 죽마지우, 소꿉친구, 코 흘리개 친구라고들 하지요. 혹자는 친밀감이 더 있다며 '불알 친구'라고도 하더군요. 그것 없는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라고? ㅎㅎㅎ!
그러나 저는 '대학입학동기'가 가장 친밀하고 믿음이 가는 친구의 표현 이라고 느껴집니다. 힘들고 지겨웠던 대학입학 전쟁에서 이기고 고지에 올라 선 승리한 청춘들의 집합이었으니까요. 하늘은 낮았고 세상은 손바닥만큼 좁게 느껴졌던 혈기 방자함으로 뭉쳐진 젊음의 동아리 였으니까요!
그런 대학입학동기들 10명이 모여 서울의 동쪽 개나리꽃길과 서울숲을 누볐습니다. 특히 이날 모인 동기들은 53년전에 맺어진 동기들입니다. 벌써 고희를 4~5년전에 넘긴 初老들의 만남이었지만 마음만은 만개한 꽃들보다 더 젊게 느껴졌습니다. 그야말로 요즘 말로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봄볕처럼 밝은 심정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풍가는 초등학생들처럼 웃고 떠들며 걸었습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걸었느냐고요? 서울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에서 만나 근처 행당동 대현산 장미공원을 지나 응봉동 개나리 동산에서 잠시 숨고르기 했습니다. 마침 결혼을 앞둔 한쌍이 예비사진을 찍는 응봉산정(鷹峰山亭)에 함께 올라 마음껏 앞날을 축복도 해주었지요.
그리고 다시 무쇠막골 경원선 철길 지하 통로를 지나 한강둔치를 걸었습니다. 이어 한강으로 흘러드는 중랑천의 나무다리 위에서 물속의 고기떼들과 무언의 얘기들을 나누었고 서울숲으로 가서 터널을 이룬 벚꽃길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웃고 떠들고 옛 추억들을 공유한 후 성수동의 한정식집 민정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에 몇 잔의 반주 곁들여 뒤풀이를 진하게했습니다.
역시 남자들은 몇 잔의 술잔이 있으면 더 신이 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4년간 회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었던 동기의 노고를 치하하고 다른 동기에게 새로운 중책을 맡겼습니다. 그 중책들 중 으뜸은 대학졸업 50주년 기념행사임을 밝혀둡니다. 맘껏 회포를 푼 동기들은 근처 찻집에서 아쉬움을 달랜 후 사라지려는 봄날의 오후 햇살을 받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지요.
"古稀를 넘긴 동기들 만세!"
< 2023년3월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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