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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과 옛 추억

사진 소묘

by 솔 뫼 2024. 4. 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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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 부활시킨 부활절의 산책
개나리 동산에서 추억과 술래잡기


어제는 부활절!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이 장사한 지 사흘만에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심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큰 축일이다. 집사람과 큰딸이랑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부활절 성찬식에도 참예했다.예배 후 딸이 푸짐한 점심을 사는 바람에 포식도 했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비뿌리고 찌푸렸던 날씨가 어제는 정말 맑고 무척이나 따뜻했다.  집에 들어 왔다가 따뜻한 봄 햇살이 좋아 wife랑 다시 개나리가 만발한 집 근처 작은 동산 응봉으로 소풍나갔다. 매년 봄 이맘때면 온 동산이 노란 개나라 꽃으로 덮이는 명소이다. 그때문에 해마다 개나리 축제도 열린다. 올해 축제는 지난 일요일에 끝났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짓궂은 봄날씨의 변덕으로 지난해보다 몇일 개화가 늦어지긴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간 이날까지도 만개한 개나리들이 여전히 노란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연인들이 온갖 멋진 포즈로 아름다운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기 바쁜 모습들이었다.
 


우리도 그들속에 어울려 전망 좋은 장소에서 노란 개나리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으며 옛추억을 더듬었다. 물론 이 곳은 아니었지만 우리도 지나간 시절 저 젊은 연인들 못지 않게 봄철이면 꽃좋은 곳들을 찾아다니곤 했었다. 바람에 휘날려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꽃비도 맞아봤고 분홍빛으로 곱게 단장한 봄꽃들과 붉은 젊음으로 맞서 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비록 흑백 사진이었을 망정 우리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놓곤 했었다. 그러나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그 사진들은 대부분 우리의 희미해져 가는 추억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기억이나 마음속엔 여전히 그 많은 추억들 중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남아있다.
 


개나라동산 산책 후 아파트 거실에서 창밖의 화단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옛 추억들을 더듬어 봤다. 무심한 세월이 살같이 흘렀고 참으로 많은 일들을 치뤄내며 바쁘게 살아왔다. 만감이 교차했다. 그와 함께 수많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부활절마다 교회에서 나눠주던 달걀을 얻고 좋아했던 아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부모가 되어 그들의 아이들에게 달걀을 얻어주고 있다. 나는 손주들을 보며 그저 웃음만 지을 뿐이다.


부활절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우리들의 사라져간 추억들도 부활시키는 날이기도 한 것 같다. 창 밖 화단에는 벚꽃과 목련이 한창이다. 사라져가는 추억들을 부활시켜 준 부활절 산책에서 만난 봄동산과 동네의 여러가지 꽃들을 여기에 모아봤다. 햇살 따뜻한 지금 이 순간에도 창밖에선 꽃들이 쉬임없이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  2024년4월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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