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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찍고 북악 스카이!

등산이야기

by 솔 뫼 2024. 6. 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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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세 형님 모시고 3형제가 뭉쳐
선명한 서울도심-주변景觀 즐겨

 


손이 시릴만큼 하늘이 새파랬다. 그 파란 하늘의 유혹에 빠져 81세, 76세, 그리고 66세 된 셋이 함께 길에 나섰다.  그 흔하디 흔한 구름조차 한 점 없고 바람 또한 한없이 시원했다. 툭하면 하늘을 가리고 숨쉬기까지 힘들게 하던 먼지도 전혀 없이 상쾌했던 날.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의 첫주가 시작된 3일 오전. 해맑은 태양이 따가운 햇살을 사정없이 내리 쏟고 있었다. 
 


다섯살 위인  형님과 열살 아래인 동생과 함께  인왕산에 올랐다. 처음엔 서울 도심의 남산자락길 남측 구간을 걸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새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상쾌한 공기가 우리들의 발길을 인왕산으로 돌려놓았다. 산행의 즐거움도 누리고 서울 장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인왕산이 더 좋기 때문이다.
 


서울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9시30분부터 걸었다. 사직단 옆길을 지나 인왕산 자락 비탈진 차도를 따라 올라갔다.  한양도성 성곽이 차도와 교차되는 곳에 시원찮게 생긴 호랑이 조형물이 있다. 전설같은 인왕산 호랑이를 형상화 했겠지만 그 모양이 웬지 초라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우리는 그 부근에서 산길로 들어섰다. 산길은 인왕산 정상까지 한양도성 성곽과  대부분의 구간이 나란히 이어진다.  인왕산의 높이라야 겨우 338m로 아트막 하다. 그렇지만 오르기가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산 중턱까지는 경사가 완만한 능선길이지만 그 뒤부터는 가파르고 긴 계단과 직벽처럼 버티고 선 암반구간이 번갈아 나타나기 때문이다.
 


완만한 능선이 끝나고 산길의 경사가 가팔라지자 나와 동생은 형님이 걱정돼 산행속도를  늦추었다. 그런데 그건 우리들의 기우였다. 형님은 숨이 차 조금 호흡이 빨라지긴 했지만 거뜬히 우리들의 보조를 따라왔다. 여든을 넘기셨지만 동생들과 함께 옛 이야기 하며 현 시국에 대한 강력한 비평까지 함께 나누었다. 도중에 두어 차례 쉬었고 간식도 하며 발아래 펼쳐지는 서울의 아름다움에 감탄사 연발하며 걸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형님은 호주로 이민을 간지 벌써 30년이 넘었는데 이번에 집안 혼사가 있어 일시 귀국하셨다. 그 동안 몇 차례 귀국하셨을 때마다 일취월장 발전하는고국의 모습에 뿌듯해 하셨었고 이날도 그러셨다. 인왕산 능선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 도심은 주변의 산과 강이 어우러져 정말 멋지다. 이날은 청명한 하늘과 티없이 맑은 공기에다 짙어진 녹음에 둘러싸여 아름다움이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우리는 정상을 지나 자하문 고개를 향해 내려갔다. 발 아래로 경복궁과 청와대와 북악산 능선이 보이고 그 너머엔 북한산 주능선이 커다란 병풍처럼 길게 펼쳐져있다.
 


가파르게 내려가는 한양도성길을 따라 자하문고개 윤동주기념관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큰길을 건너 창의문을 통과,  부암동 주택가를 끼고 북악 스카이웨이 근처 길을 걸었다. 약간 오르막인 데다 한낮의 햇살이 따가와 가능하면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그늘로 걸었다. 백사실계곡 입구를 지나고 TV드라마촬영으로 유명해진 전망좋은 산모퉁이 카페 앞도 지났다.


우리는 북악 스카이웨이로 올라와 차도 옆 보행로를 따라 팔각정을 향해 올라갔다. 차량통행이 비교적 적고 나무 그늘이 짙어 아주 걷기 좋은 길이었다. 그렇게 세 형제는 가족애로 똘똘 뭉쳐 한양도성 너머의 산길과 건너편 평창동쪽 북한산의 경치를 완상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다. 우리는 팔각정에서 1km 쯤 못 미친 쉼터에서 걷기를 멈췄다. 그때가 12시20분, 세 시간가량을 걸었다. 보행기를 확인하니 약1만3000보. 우리는 자하문고개로 되돌아 내려와 버스를 타고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내렸다. 정말 자랑하고 싶은 형제간의 멋지고 신나는 트레킹이었다.


                           <  2024년6월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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